국내 제약산업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등에 청색불이 켜졌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당뇨 신약 기술을 프랑스 사노피아벤티스사에 39억유로(약 4조8,300억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동안 막대 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실패 시 안아야할 부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 때문에 특허가 만료된 해외 신약의 복제약을 생산해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는 사업에 주로 의존해왔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달랐다. 지난 2007년 이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해왔고, 특히 작년엔 매출의 20%를 투자할 정도였다. 결국 이러한 한미약품의 R&D 투자가 원천기술 개발이라는 큰 쾌거를 안겨다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계약규모는 그동안 한미약품이 보유하고 있던 기록을 경신한 것이지만 향후 국내 제약사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사(製藥史)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R&D 투자가 미래 성장동력의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재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한미약품의 이번 계약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물론 한미약품의 기술력을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정부부처의 관심도 또한 높이 평가해야한다. 복지부는 신약개발 전단계에 걸쳐 우수한 프로젝트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복지부, 미래부, 산업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투자한 (재)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 운영을 통해 한미약품을 지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3년여 간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임상연구를 수행했다. 이런 지원과 기술력이 융합돼 임상 2상 연구를 수행한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 HM11260C 글로벌 임상 및 제품화 연구’ 과제가 사노피사로부터의 기술이전이라는 큰 성과를 올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복지부 지원사업의 기술이전 성과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제약산업은 기술우위에 따른 독점력이 강하고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사업이지만 신약개발에 평균 15년의 긴 개발기간이 소요되고 실패율이 높아 선듯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신약만 개발하면 제품 한 품목의 매출이 자동차 회사 매출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로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것 때문에 모든 제약사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의 형편으로 본다면 그림의 떡이다. 따라서 단독 개발보다는 몇 개 회사가 공동 수행하는 구조로 제약계도 재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전계약 등 기술사업화 성과가 확대되면 연구개발 경험 축적과 이에 따른 국내신약개발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기술료 수입을 통한 신약개발 재투자로의 지속적 선순환구조가 형성돼 연구개발 성과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다국적사들은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기술을 개발했다하면 제품개발에 따른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기술을 사들여 휴지화 시켰다. 사실을 알면서도 감안할 수밖에 없는 국내제약사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복제약 수준의 국내제약산업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때문에 한미약품에 이어 다른 제약사들도 신약개발 R&D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 즉 기존 신약개발 사업의 영세성, 연구단계별 연계부족 및 기술개발 병목 발생의 문제점을 하루속히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도 범부처신약개발사업과 같이 관계부처 간 장벽을 해소하고 정보교류 및 성과 연계를 확대해 신약개발 R&D 투자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하여간 한미약품의 신약 수출 신기원은 다각도로 시사 하는바가 크다. 세계적인 다국적제약사들의 국내제약사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으며, 국내제약사들에게는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산업도 복제약 일색에서 신약으로 중심이 이동되는 기초를 다졌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우리는 한미약품의 또 다른 기록도전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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