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개념의 유전자 발현량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혜정, 이하 한의학연) 미병연구단 정상균 책임연구원은 서로 다른 유전자들에서 발현되는 물질(전사체)들의 양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유전자 발현량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DNA에 담긴 유전정보는 유전자 발현 과정을 거쳐 표현되는데, 유전자 발현량의 차이는 키나 얼굴 등 외형적 차이 외에도 정상세포·암세포 등 질병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질병을 포함한 각종 생물학적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할 때 유전자의 발현량을 정확하게 측정·비교하는 것은 기본이 되는 중요한 분석 과정이다.

기존의 유전자 발현량 측정기술(Microarray, RNAseq)은 서로 다른 샘플 간 동일한 유전자에 대한 발현량을 비교할 때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같은 샘플 안에서 각기 다른 유전자들 사이의 비교에는 적합하지 않은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상균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은 기준 물질이 되는 근연종(생물의 분류에서 혈통이 비슷한 종류) 유전체에 대한 상대적인 양을 바탕으로, 측정 대상 유전자들의 발현량을 계산함으로써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원리이다.

실험에서 정상균 책임연구원은 사람에 가까운 근연종인 오랑우탄의 유전체를 기준물질로 사용했다. 오랑우탄의 유전체에는 사람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대응하는 염기서열이 동일한 비율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유전자 염기서열 A, B, C의 발현량을 측정·비교한다고 가정하고, 오랑우탄의 유전체(A′, B′, C′ 포함)를 기준 물질로 사람의 유전자와 혼합해 함께 증폭시킨다.

증폭 후 염기서열의 수가 A′ 2, B′ 1, C′ 4, A 2, B 2, C 2라면, 기준인 오랑우탄 유전체의 염기서열 A′, B′, C′의 양을 동일한 값 4로 맞춘 후 사람의 유전자 A:B:C의 발현량을 계산한 결과 2:4:1임을 알 수 있다.

해당 기술은 높은 정확도(오차범위 5% 이내)와 재현성(95% 이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술은 서로 다른 유전자의 발현량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어 기술의 활용도가 높은 만큼 향후 유전체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연구단은 이 기술을 한의학의 미병(未病)과 연관된 특정 유전자 집단의 발현지형을 파악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정상균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각기 다른 유전자들의 발현량을 서로 비교분석할 수 있어 건강상태나 질병을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등의 보건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Scientific Reports’(사이언티픽 리포트, 피인용지수 5.578) 7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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