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의사들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일명 리베이트는 단절될 수 없다. 아무리 법을 강화 해 처벌 수위를 높인다 해도 그 결과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법을 우롱하는 지능적 수법들은 계속 발전될 것이고, 처벌수위를 높이는 것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는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고착화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요원한 문제다. 즉 리베이트는 제약사 등위를 결정하는 생명 줄이라는 제약 인들의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 또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제약사 간의 현실적 리베이트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들이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그동안 받지 않겠다고 수없이 선언하고 결의했지만 시간만 지나면 리베이트 문제는 약방 감초처럼 터져 나왔다.

지난 2010년 리베이트를 받은 쪽도 처벌하는 ‘쌍벌죄’ 시행 이후에도 리베이트 관행을 끊이지 않고 있다. 따질 일도 없지만 받는 쪽이 손을 벌리고 있으니 주는 쪽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리베이트를 건넬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검찰까지 나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두 차례 이상 적발될 경우 제약회사에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암암리에 행해지는 리베이트는 여전히 단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의 경우는 지난해 3월부터 경찰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7개 기관과 함께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에도 수사단에 적발된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 직원 및 의사들의 숫자가 자그마치 536명이다.

검찰은 리베이트를 뿌린 회사들과 의사 339명에 대해서는 복지부 등 담당 기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또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판매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의 한국지사장과 제약회사 영업이사 등 업계 관계자 7명과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긴 의사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제품설명회를 빙자한 해외 골프관광 접대를 받거나 논문 번역료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의사 536명을 대거 적발하고도 금액이 300만원 이상인 4명만 기소했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물론 법의 잣대로 처벌하다보니 300만 원 이상이라는 원칙을 정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리베이트는 액수의 크고 작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유가 됐건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가 뿌리는 리베이트는 모두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여서라도 제제를 가해야 한다.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 의사들 할 것 없이 모두가 리베이트를 뿌리거나 받다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과 같은 행태는 정부가 마치 이들이 걸려들기를 기다리며 곳곳에 거물을 치고 있는 꼴이다. 발본색원 후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보다는 과태료를 물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쌍벌제’에 이어 '리베이트 투아웃제'까지 허망하게 만들었으니 앞으로 또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가. 제도만 겹겹이 만든다고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면 현실적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오히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양성화 시켜주는 것이 더 낳을 수도 있다.

병원과 의사들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건전한 영업과 유통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이 문제를 현실에 부합하도록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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