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뜻대로 6000여 품목이 넘는 의약품이 약가인하의 포탄을 맞는다. 전체 인하품목의 79.9%에 달하는 품목들이 30개 품목 이상이 포함된 제약회사들이다.

이미 많은 제약사들이 약가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약가인하와 관련 개별 제약회사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있지만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는 눈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12년 4월 상한금액 인하 예정 품목 현황"에 의하면, 4월 약가인하 품목은 총 6586품목이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제약사는 한미약품으로 약가인하 대상은 196품목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매출감소에 의한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 대웅제약, 유한양행, 보령제약, 신풍제약, 일동제약, 한림제약 등은 100여개 품목 이상이 약가인하가 불가피한 상태며, CJ제일제당, 동아제약, 중외제약 등도 100여개에 가까운 제품들이 약가인하의 포탄을 맞게 됐다.

예상 했던 대로 약가인하로 인한 제약회사들의 피해는 수 천 억원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중소제약사들은 이 문제를 생존이 달린 문제로 가지 받아들이고 있다.

제약사들은 다양한 탈출구를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광고비, 판관비, 영업비용을 줄이는 등 방법들을 강구해보지만 실질적인 문제점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그렇다고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감소를 국내시장에서 충당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생존경쟁에 직면한 중소제약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불을 보듯 뻔하고, 결국 제약회사들끼리의 마이너스 경쟁 때문에 국내 제약시장은 오히려 혼란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외국시장으로 눈을 돌린다고 해도 당장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보통 수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간은 빨라야 5년이라고 한다. cGMP 인증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신청 후 5년이라고 하니 이 역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극에 달하면 결국 국내 시장만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제약사들은 자연 도태 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인프라를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국내 시장구조의 재편으로 인한 한계가 결국 폐업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약가인하 정책을 입안하기위해 생각했던 제약사 지원방안을 즉시 가동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조건 글로벌을 주문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업계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5년 전부터 이를 예고해 업계가 약가인하의 포탄을 맞더라도 현실적 문제를 해쳐나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토록 역량을 키웠어야 했다. 지금 상당수의 제약사들이 복지부의 약가인하 정책을 생존이 달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즉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복지부가 약가인하라는 칼을 들고 나와 마구잡이로 흔들어 대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 난공불락에 빠진 제약산업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또 관련제약사들에게는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인지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아야한다.

복지부 말대로 약가인하를 통해 제약산업이 재편되면 다행이지만 결과는 비관적이다. 당장 약가인하가 현실화되면 중소제약회사들의 사활을 건 공격적인 마케팅은 상상하지 못한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약가인하를 생존문제가 걸린 만큼 이렇게 망하나 저렇게 망하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제약시장 재편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활동영역을 넓혀주는 꼴이 돼 의약품식민지화를 가속화 시킬 뿐이다. 오리지널 약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그동안의 횡포를 보면 이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약회사들이 약가인하와 관련한 소송을 벌이려고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부의 대책이다.

요동치는 제약산업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안정을 기할 수 있는 대책이 급선무다. 지금처럼 복지부가 글로벌만 외친다면 그 결과의 화는 부메랑이 돼 거꾸로 정부의 심장에 박힐 것이다.

제약사들이 감수해야 할 감소된 매출의 30%를 보전할 수 있는 대책도 없이 오로지 약가인하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만 홍보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되돌아 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약산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보권주권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가장 현실적인 산업이다. 정부와 제약업계가 진정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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