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의약품 구입 불편의 해법 마련을 위해 이달 중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 의약품 분류에 대해 본격적으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만 놓고 보면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다만 복지부가 전문가들의 회의를 거쳐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팔 수 있는 의약품을 지정하겠다는 복안이다.

복지부의 이 같은 발표와 관련 많은 언론들이 사설 등을 통해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이 아니라 약사를 위한 복지부인가"(경향), "감기약 편의점 판매, 다시 추진하라"(중앙), "6만명 藥師 봐주려 국민 이익 팽개친 복지부"(매경), "슈퍼에서는 소화제 못 판다는 장관의 고집"(한경), "아직도 약사들에 끌려 다니는 복지부"(한국), "국민 저버리고 약사 기득권 지켜준 복지부"(국민)라고 비난했다.

물론 지금의 현실에서는 심야나 휴일에 약을 구하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그러나 이런 불편을 해소한다는 단순한 목적만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허용했을 경우 나타날 각종 문제에 대해 명확한 분석과 진단, 대책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그것은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약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모든 제품은 반드시 크고 작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안전성이 확보 됐다고 해도 그 약이 환자의 상태나, 다른 물질과 만났을 때 나타나는 다양한 부작용 발생은 항상 열려 있다.

현행 의약품 분류 체계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약사만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팔 수 있는 "의약외품"으로 분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정부가 무엇보다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 확보"를 가장 우선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가 지금까지 "약을 약국에서 약사에게만 구입할 수 있도록 규정"된 약사법을 개정하지 않으면서 약 판매 특수 장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검토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약국 이외 어디서나 팔 수 있는 "의약외품" 항목은 심사숙고해야한다. 국민이 원하건 언론이 촉구하건 이것에 너무 편승되면 반대로 국민건강이 멍들 수 있다.

그 대상이 국민이고 약인만큼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약품 군을 새로 만들 때는 전문가들이 총 동원돼 문제점 해소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일반약이라고 하지만 습관적으로 복용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 적당한 규제가 없다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물 오남용을 부추길 수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민들의 상당수가 약사화가 돼 있는 만큼 자가진단에 의한 약을 쉽게 복용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일반약이라고 하지만 약사가 판매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일부 약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판매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전문의약품을 슈퍼에서 몰래 파는 현상까지 충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일일이 전국 슈퍼 등에 감시원을 상주시킬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유통구조 하에서는 자율로 일반약만 팔라고 하기에는 문제점 차단이 불가능한 구조다.

문제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약사에게 약을 맡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야만 다양한 약화사고에 대한 대비 대책이 강구될 수 있다.

문제는 약사들의 마음가짐이다. 지금처럼 약은 약국에서만 판매해야 한다는 고집을 피우면 결국 국민들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고 만다. 실질적인 불편해소 방안을 약사들 스스로가 내 놓아야 하고 그것은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뒤따라야 한다.

약사회 내놓은 방안을 보면 모든 약국이 의무적으로 주 1회 밤 12시까지, 월 1회 일요일에 문을 열겠다는 내용이다. 또 전국 2만 개 약국 가운데 자정까지 운영하는 당번약국을 평일에는 4000 곳, 휴일에는 5000 곳씩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부터 순차적으로 가정상비약 보관함을 전 가정에 배포하고 보관함에는 약사의 연락처를 기재해 24시간 언제든지 복약 상담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정도만 지켜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만약이긴 하지만 현재의 상태에서 오후 8시 이후부터, 또 휴일에 약국에서도 약사가 아닌 사람도 일반약을 판매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굳이 슈퍼에서 판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일반약이 슈퍼 등에서 판매되면 약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판매 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여간 어떤 이유가 됐건 약은 약국에서 판매돼야 하며, 약사의 지도하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복지부는 의사, 약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중앙약사심의원회를 통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을 선정하겠다는 생각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약을 판매하는 슈퍼 등에도 책임과 의무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약사들이 원하는 방안대로 추진되더라도 약사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 의무. 처벌이 필요하다.

제도만 거창하게 내놓고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만 골탕 먹는 꼴이 된다는 것을 복지부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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