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슈퍼마켓이나 동네 가게에서까지 의약품을 팔게 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다만 "국민불편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일정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에서 심야나 주말 등 취약 시간대에 한해 일반 약을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발표는 곧 일부 신문이 복지부가 슈퍼마켓이나 동네 가게에서까지 일반 약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당연히 약계가 반응을 나타냈다.

경기도약사회가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개최된 전지상임이사회에서 이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성명서를 채택해 일부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허용 논의와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어 18일에는 경기도지역의 약사회 분회장들이 서울 서초동의 대한약사회관에 긴급하게 모였다. 이들은 김구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에 복지부가 슈퍼마켓이나 동네 가게에서까지 일반 약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중앙 집행부의 대책을 들었다.

약사회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자 복지부는 18일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헤럴드 경제가 지난 15일자 기사에서 일반 약을 주말과 심야에 슈퍼마켓에서 팔 수 있도록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현재 어떠한 방안도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의약품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고, 이러한 입장에서 공휴일, 심야시간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문제는 전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주관적 추측으로 보도한 언론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진 장관의 공휴일, 심야시간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는 말은 곧 주말과 심야에 슈퍼마켓에서 팔 수 있도록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단초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문제가 상당히 미묘한 사안이라는 것은 복지부도 잘 알고 있다. 전경련 등 다양한 단체가 일반 약 약국 외 판매를 주장할 때 마다 대한약사회는 강력 반발 했다.

올 초(1월6일) 건강복지공동회의·소비자시민모임 등 2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소화제나 두통약 등 가정상비약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자 약사회가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지부별로 반대 의사를 밝혀 오던 약사회는 1월23일 김구 회장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저지를 위한 대한약사회 전국 임원·분회장 긴급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일반 약 약국 외 판매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논란만 가중 시키고 있는 일반 약 약국 외 판매를 더 이상 끌고 갈 것이 아니다. 이제는 복지부가 정확한 답안을 내놓아야 한다. 판매를 택하자니 약사회가 겁나고, 이대로 가자니 국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을 두루뭉술 끌고 가려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을 결정해야 한다. 그 결과가 어느 쪽이 됐건 복지부의 방안이 합리적이면 된다.

장관의 아리송한 말은 바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돼 있다. 명확한 입장이나 정책이 아닌 말들은 제각각의 분석을 낳고 급기야는 보도의 오류 때문에 해명까지 해야 하는 불편함을 만든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국민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발표가 아니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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