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있는데 약이 없다. 약은 있는데 돈이 없다. 국가가 돌보지 않으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병은 있지만 약이 없는 경우는 소수이지만 약은 있는데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있다.

이중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경우는 1년에 3000만원이 넘는 약값 때문에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약들이 개발되어 왔지만 완치보다는 수명 연장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흔히 백혈병이라고 하면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급작스런 죽음을 야기하는 불치병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도 희망을 가져도 좋을 듯싶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고 있는 "슈퍼글리벡"이 스위스에 이어 우리나라와 미국 연구진도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빠르면 올 상반기에 환자들에게 이 약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른바 국산 슈퍼글리벡이 환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현재 1년에 30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약값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의 부담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슈퍼글리벡은 기존 글리벡이 돌연변이 암세포에 다가서지 못하는 단점을 해소해 돌연변이 암에도 손쉽게 달라붙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지난 3년간 백혈병 환자 566명에게 투여한 결과에서도 글리벡을 먹은 환자는 283 명 중 9명이 악화됐지만 슈퍼글리벡은 악화된 환자가 1명에 불과해 약효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결과라면 슈퍼글리벡이 공급되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생명 연장은 물론 고혈압처럼 약으로 관리하면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는 큰 희망의 메시지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전체 백혈병 환자 가운데 약 10%를 차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000명이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초기 단계인 만성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에게서 8년 생존율이 8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문제는 약 값이 절반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이들 환자들에게는 약값이 고통이다. 슈퍼글리벡이 공급돼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더 현실적인 것은 약값이다.

정부는 환자와 제약사 모두를 생각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에서 국산 슈퍼글리벡의 가격을 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이 보다 더 획기적인 약이 개발되겠지만 많은 환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부담을 좀 덜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자들에게는 기적의 항암제가 등장해 생명 연장에 희망을 주는 반면 약 값에 대한 고통이 정상적인 삶을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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