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낳아주세요, 시에서 다 키워드리겠습니다”
“생활고 탓에 아동용품을 수 십 차례 훔친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두 뉴스를 접하니 너무도 가슴이 아리다.

정부는 아이를 낳아 달라고 애원이고, 국민은 아이 키우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어느 것이 먼저 선행돼야 하는지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없다.

많은 아이를 낳아달라고 목소리만 높이는 정부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키울 수 없는 환경에서 아이만 낳으라고 하는 정부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크게 들린다.

다름 아닌 경찰에 잡힌 주부의 말이 "남편 월급 100만원으로는 우리 부부와 아이들 8식구가 생활하기 빠듯해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질렀다"고한 안타까운 사연 때문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 사건은 우리에게 너무도 큰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과연 이 땅에서 정부의 희망대로 여러 명의 아이를 낳아서 인간답게 키울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말을 들어 보면 아이만 낳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삶이 고달픈 나머지 도둑질을 하는 주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일가족이 모두 자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경남 양산시 중부동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엄마와 딸 3 모두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생활고를 비관하던 엄마가 먼저 딸들을 살해한 뒤 자살한 것이다.

적어도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서 먹고 사는 것이 해결이 안 돼 가족 모두가 자살을 하거나, 아이에게 줄 물건을 도둑질 하는 것은 너무도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낳기만 하면 무엇 합니까. 먹여 살릴 길이 막막한데...”이런 푸념을 정부관계자들도 들을 것이다. 20-30대 주부들의 경우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출산을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렇다면 정부의 육아 관련 복지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낳을 때 몇 백 만원 보태주고 대단한 것을 한 것처럼 홍보 하고는 그 다음은 나 몰라라 하는 마치 1회용 대일밴드식 방식으로는 해결책이 없다.

실제 아이를 많이 낳은 가정에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3명이상의 가정에 대한 아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지원책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도둑질을 하는 주부보다 가족 모두가 자살을 선택하는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사회를 뒤 흔들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20% 가정은 무자녀 비율이 7.7%에 그친 반면, 하위 20%는 그 비율이 세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출산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출산율 저조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부 관계자들이 알았다면 당장 자식을 위한 도둑질을 하는 주부의 심정이 돼 봐야 한다. 물론 도둑질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그냥 안타까워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런 주부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얼마 전 쪽방촌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북한에 퍼주는 쌀을 우리도 좀 주면 안되나”라고 했던 말이 귀에서 왕왕 거린다.

부자가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소외계층이 몇 푼으로 돈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마련이 해결돼야만 출산율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너무도 서글픈 우리들의 자화상이 언제쯤 환하게 웃을지 정부당국자들의 진솔한 고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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