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환자들은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에 대해서는 100% 신뢰할 수 밖에 없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환자들은 의사의 실수도 치료수단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한다.

그러나 한번 쯤 의료사고나 약화사고를 당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약사나 의사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사실 의료나 약은 의사나 약사의 고유권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자는 알 수 없는 특수한 치외법권 영역이다. 따라서 죽고 사는 것은 의사의 몫이라며 모든 국민이 몸을 내 맡긴다.

현실이 이 정도라면 적어도 의사나 약사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최 일선에 있기에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만큼 심혈을 기우려야 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매년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결과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올해 6월까지의 "병용·연령금기 약품 조정 현황"과, 2009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임부금기 약품 조정 현황"을 보면 또 실망이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약을 조제 받을 때 같이 복용해서는 안 될 병용금기, 연령금기, 임부금기 약의 처방이 연간 2만 여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좀 더 세밀하게 본다면 환자들이 같이 복용해서는 안 될 병용금기, 연령 미달인 자가 복용해서는 안 될 연령금기 약품을 처방한 건수는 2006년 1만1,267건, 2007년 2만6,181건, 2008년 2만6,087건, 2009년 2만4,456건, 2010년 상반기 3만5,485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임산부가 복용해서는 안 될 약품 처방도 점검이 실시된 2009년 2분기부터 2010년 2분기까지 총 2만1,268건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산부들에게 있어서 의약품 복용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심각한 문제다. 임산부뿐만 아니라 태아 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지만 식약청의 "생식발생독성정보 활용화 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8년 사이에 임신한 미혼여성의 12.6%, 기혼여성의 9.6%가 임신 중 약물복용을 이유로 낙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누구 책임인가. 답이 없다. 이사도 약사도 책임에 있어서는 남의일 보듯 하고 있다. 고스란히 국민들 스스로의 책임일 뿐이다. 물론 의사도 약사도 사람인 이상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좀 더 신경을 쓰고 이를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한다면 적어도 엄청난 건수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해마다 이런 수치가 증가하고 있는 데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이 현재 준비 중인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10월 중에 발의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희망적이다.

국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이 문제를 복지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는 12월부터 전국 확대 실시 계획을 갖고 있는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서비스(DUR) 시스템의 법적 근거 마련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을 게을리 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대한 의약사의 직무유기임을 꼭 명심해주기를 바란다. 바라건데 내년에는 "의사선생님 또 실망입니다"라는 국민들의 핀잔을 안들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