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약을 드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약값을 계산하면서 묻는다. “전립선약 끊고 광고에서 하는 쏘○○토 제품을 먹으면 어떨까?” TV광고에는 그 약을 먹으면 소변도 바로 시원하게 볼 수 있고, 전립선 비대증도 나아질 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만병통치약들

약사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씩 혈압약이나 당뇨약, 또는 전립선약을 드시는 환자들에게 이런 비슷한 질문들을 받는다. 당뇨 예방에 좋다는 어떤 식품, 살이 쏙 빠진다는 식품, 관절염을 낫게 해준다는 등 대한민국은 만병통치약이 넘쳐 나고 있다.

얼마 전 식약청은 허위·과대 광고한 건강기능식품 852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 수치면 거의 대부분의 건기식 판매업자들이 거짓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해 주머니를 불렸다는 것이다.

식약청조사에 의하면 지난 2006년 국내 건강기능식품제조업소 337개소에서 45개 품목(고시형 37개, 개별인정형 8개)을 생산하였으며, 생산량은 12,269톤, 매출액은7,008억 원(국내판매액:6,637억 원, 수출액:371억 원)으로 나타났다. 즉 건기식 전체생산량 중 94%를 국내소비자가 섭취하고 있고, 피해 또한 고스란히 국내소비자의 몫이다.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 제18조를 보면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거나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한때 행정처분 대상으로 위반 시 영업정지처분을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또한 식약청에서 실시하는 건강기능식품 인정절차에는 반드시 의약품과 같거나 유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자료를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이지 질병을 치료, 예방하는 의약품이 아니다. 의약품이 약으로써 인정되는 이유는 수년간에 걸친 실험과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환자에게 부작용과 효능을 어느 정도 정확히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無)효능 건기식으로 피해보는 "환자 아닌 소비자"

한국소비자연맹에서 개설한 건강기능식품부작용신고센터(http://hfcc.or.kr)에는 자의 또는 타의로 구매한 건기식을 복용 하던 중 경험했던 부작용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무런 효능조차 느낄 수 없는 무(無)효능 제품에 대해 몇 십만 원을 주고 구매한 "환자 아닌 소비자"들의 볼 멘 소리들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은 건기식을 섭취하게 될 경우 의약품처럼, 혹은 의약품 이상의 효과가 있을 거라 강하게 믿고 큰돈을 주고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식약청 감사에서 적발한 한 회사의 건기식 "석류엑기스"의 효능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화려하다. 항균작용은 기본이고 항암, 항바이러스 작용으로 에이즈까지 예방한다고 밝힌 것. 이쯤 되면 더 이상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완벽한 만병통치약이 아닌가.

건강을 잘 돌보기 어려운 의료보호환자들이나, 퇴행성관절염, 암환자들과 같이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경우 이런 허위과대광고에 더 쉽게 이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은 의료 약자들에게 더욱 피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제조, 판매업소에게 무시되고 있는 식약청의 처벌기준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러한 광고심의기준을 제정하고 단속하는 식약청의 행정처벌 기준이다. 현행 처벌기준은 적발 시 영업정지 1~2개월 또는 영업폐쇄 명령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적발건수가 852건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건기식 제조, 판매회사들이 허위과대광고를 버젓이 해 온 것이고, 식약청의 행정처벌은 이미 무시되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이는 식약청의 관리와 단속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방증이고, 그 피해는 건기식 시장이 성장해 온 만큼 소비자가 고스란히 안고 가는 것이다.

식약청에서는 앞으로 건기식을 3단계 즉 생리활성기능 1(과학적 근거 충분, ○○에 도움을 줌), 생리활성기능 2(과학적 근거 있음,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생리활성기능 3(과학적 근거 미흡, ○○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적용시험이 미흡)으로 분류하여 좀 더 세분화된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세분화를 통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관리를 해나가야 할 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과 약은 생명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뱃속을 채우는 이러한 행위를 스스로 정화하기에는 이미 우리는 일정한 선을 넘어선 것만은 분명하다.

건기식 시장이 침체되어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좀 더 강한 관리와 감독으로 더욱 효능과 안전성이 담보된, 그리고 국민을 현혹시키지 않는 건전한 건기식시장이 돼야 국민의 신뢰를 양분으로 더욱 큰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바로잡지 않고 시장만 키워 간다면, 작금의 상황은 예전 약장수가 소비자를 현혹해 만병통치(?)약들을 팔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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