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헌법재판소는 “한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침구시술과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한 측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구당 김남수(95)옹이 헌재의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결정에 개의치 않고 침·뜸 시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면허라는 이유로 감옥에 보낸다면 갈 각오가 돼 있다”며 “감옥에 가서도 침·뜸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까지를 들어보면 별반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침·뜸이 사람을 죽였다거나 불구자로 만들었거나, 환자의 돈을 착취했다면 모르겠지만 침·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헌재의 결정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95세의 노인이 주장하는 숭고한 뜻은 이해가 되지만 그보다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간과하고 있어 이참에 지적을 해 두고자 한다. 먼저 김옹은 자신의 말대로 오랜 세월 침·뜸과 함께한 침사다. 누구보다 이런 계통에 전문가라고 주장할 수 있다.

문제는 전문가를 자처하면서도 “침·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 “침·뜸이 사람을 죽였다거나 불구자로 만들었거나” 등의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상 무엇이건 부작용이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정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침·뜸의 부작용은 알려진 것만 해도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런 것이 체계화 되지 못하고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침·뜸 시술을 행해 오다보니 수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침사, 구사, 한의사 모두가 마치 부작용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면허가 있건, 면허가 없건 침·뜸 시술에 부작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식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자료들이 나와 있고 당장이라도 인터넷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침사, 구사, 한의사들은 “침·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부작용인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옳다. 눈감고 아옹 하는 식으로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김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 보겠다. 침·뜸이 사람을 죽였다거나 불구자로 만든 예는 분명히 있다. 단적인 사례만 보자. 지난 2004년 10월 14일 대구시 수성구 D대 한방병원에서 김모(44·대구 수성구 중동)씨가 목 뒷부분 등에 침을 맞은 뒤 혼수상태에 빠져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나 3시간 만에 숨진 사고가 발생 했다. 2007년 8월 11일 오후 2시께 부산 수영구 모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있던 성모(74)씨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곤란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오후 4시 30분께 끝내 숨졌다. 2009년 12월 10일 오전 10시20분경 사하구 소재 모 한의원에서 침 시술을 받은 A씨(59)가 얼마 지난 후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뿐만 아니다. 쑥뜸체험방에서 숙식 치료를 받던 고등학생이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 숨진 사고도 발생했다.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 조선시대에도 소현세자의 경우는 침 맞은 지 3일 만에 사망했고, 현종은 복통에 뜸뜨고 인삼차 먹고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침·뜸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은 어떠한가. 1882년 청나라 말기부터 침술을 영원히 중지하는 법령이 내려졌었고, 1940년 국민당 정부 때에는 침술 중지 법안까지 마련되기도 했다.

급기야 침술사고라는 백서를 만들어 그 위험성을 의료인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알렸다. 이 책에는 ▲대뇌부위에 침을 찔러 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킨 부작용과 사망사례 ▲견배·흉부를 찔러 폐․심장․대동맥 부작용과 사망사례 ▲흉부를 찔러 기흉, 혈흉 등의 부작용과 사망사례들을 비롯해 각 신경을 손상시켜 손발을 쓸 수 없게 된 사례들을 수록하고 그 원인을 해설하고 있다.

이렇듯 침·뜸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물론 불구가 됐거나 고통을 당하면 살고 있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다행히 조만간 모 학회에서 그동안 침·뜸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 및 부작용을 총 망라한 대백서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김옹 등은 제발 그것을 보고 침·뜸의 부작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분명히 알기를 촉구한다.

이런데도 침·뜸이 사람을 죽였다거나 불구자로 만들었거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이며, 스스로 의료인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웃기는 것은 한의학적 지식을 갖췄다는 사람들도 뜸을 뜸으로써 기혈순환 좋아진다는 말을 하고 있다. 뜸을 뜨면서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기혈순환은 현대 의학적으로 보면 허무맹랑한 논리다. 기혈순환이 일시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흉터가 나타나면 그 흉터는 또다시 기혈순환을 끊어버리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즉 신체에 직접 뜸을 뜨는 것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그로인한 부작용이 나타나 결국 다른 질병을 유발하게 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한가지 더해 한의사들의 경우 침 시술에 있어 만큼은 동의보감과 허준을 앞세워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허준은 침의가 아닌 약의로서 그 스스로도 침을 놓지 못한다고 고백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선조 37년(1604년) 9월 23일 심야에 어의 허준이 국왕에게 고했던 말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는데 "소신즉부지침법(小臣則不知針法)"이라는 일곱 글자다. 이는 허준이 "침 놓는 법을 알지 못한다"고 고백한 것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허준에 대한 역사인식이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지식인과 전문가들의 뇌리에까지 깊이 침투해 마치 허준이 마치 침을 잘 놓는 침의 인 것처럼 정설로 각인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설 동의보감"과 TV 드라마 "허준" 에서 그려낸 허구적 인물 허준을 침과 뜸으로 멋지게 환자를 고치는 명의로 묘사한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과 "미암일기" 등의 정사에 기록된 실제적 인물 허준은 결코 침과 뜸으로 환자를 치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역사가 인정한 허준이 침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명의도 침 시술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신의 의지를 왕 앞에서도 표명했다는 것에서 우리는 침의 위험성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김옹은 “침·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 “침·뜸이 사람을 죽였다거나 불구자로 만들지 않았다”는 등의 말을 스스럼없이 하면서 계속 불법으로 침·뜸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럴 시간에 지금도 침·뜸 시술에서 수없이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 사건에 대해 그 원이 무엇이며, 이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없는지 남은 인생을 부작용 해소에 바치는 것이 더 값지다고 본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