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의 심야응급약국 시행과 관련 또다시 일반약의 슈퍼판매 허용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이 성명을 통해 “국민의 편의성과 약제비 감소를 위해 일반약 슈퍼판매를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의사와 약사간의 논쟁은 의약분업 이후부터 줄곧 있어온 것이어서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약의 슈퍼판매 허용론을 놓고 보면 중요한 시점임에는 틀림없다.

먼저 약사회의 심야응급약국 시행이 의사들의 말대로 "졸렬한 꼼수"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약사회가 발표한 심야응급약국의 내용을 살펴보면 새벽 6시까지 운영하는 약국 51곳과 새벽 2시까지 운영하는 약국 30곳 등 전국적으로 총 81곳의 심야응급약국이 운영된다는 것이다.

과연 81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으로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의사들은 전국 5,000만 명의 국민의 편의를 위해 고작 81개의 심야약국을 운영한다는 것은 지극히 실효성 없는 정책이며 일반약 슈퍼판매를 피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한 것이라고 성토한다.

수치로 따진다면 5,000만 명의 국민 대비 81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엔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약사회가 저간의 사정은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81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얼마나 큰 실효를 거둘 것인지 정확히 분석해봐야 한다. 그리고 일정기간 운영을 통해 문제가 있다면 이를 대폭 늘리거나 아니면 슈퍼판매를 허용해야한다고 본다.

일반약 슈퍼판매의 가장 큰 문제는 약물의 오남용 및 약화사고에 대한 책임여부일 것이다. 지금의 상태로 시행한다면 분명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국민적 편의를 생각한다면 슈퍼판매가 가능한 일반약을 의사들이 보장한다면 못할 이유도 없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의 환자진료 및 투약 구조를 보면 의사가 진찰만 하고 약사가 전문상식을 토대로 환자 상태에 적합한 약을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진찰하고 그에 따른 약을 지정해주면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담아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즉 우리나라 약국은 의약품 판매소에 불과한 실정이다.

물론 대부분의 약사들이 환자를 상대로 투약상담도 하면서 약화사고 방지에 노력하고 있지만, 일반의약품의 경우는 국민들 스스로가 광고 및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이 복용해야할 약을 찾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례로 일부 약사들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어떤 약을 달라며 품목을 말하면, 오히려 다른 품목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효능 우선이 아니라 비슷한 약이지만 마진이 많이 남는 것을 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것들이 과연 국민의 편의와 국민의료비 감소라는 목표에 부합되는 것인지 스스로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들의 경우도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다. 안전성이 담보된 일반약이 어떤 것인지 책임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한다. 한 알을 복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약도 여러 알을 동시에 복용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의약품도 있을 것이다. 의사들의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 주장은 분명히 책임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수백 번 말해도 심사숙고해야한다.

또한 심야시간대 의료기관의 의약품 조제를 허용하라는 주장도 모순이 있다. 이는 약국의 순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자칫 이런 주장이 현실로 온다면 제약산업 구조상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약국시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모든 약국을 병원에 유치해 병원만 가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되는 원스톱 의약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국민 편의 차원에서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일단 81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국민 편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지켜보고 만약 이것이 실효성이 없다면 전 약국이 심야약국을 운영하던지 아니면 깨끗하게 일반약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결과는 적어도 6개월 정도 추진 후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그 결과 산출은 가능하다고 본다.

일반약 슈퍼판매는 의사들만이 아니라 전경련, 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허용을 주장해왔다. 이제 복지부는 이에 대한 확고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과연 어떤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약사도 의사도 아닌 국민 편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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