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에 대해 의료계가 "지나치다"며 반발하는 가운데 "적법하지 않은 심평원의 현지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심평원의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해 졌다.

대법원은 15일, 2007년 현지조사를 거부해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 모씨에 대해 "적법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심평원)의 현지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앞서 2008년 1심과 2009년 2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었다.

김 씨는 지난 2007년 8월 의료기관으로 현지조사를 나온 심평원 직원인 여 모씨 명의로 된 서류제출요구서에 서명 요구를 받고 이를 거부, 복지부로부터 업무정지 1년에 면허정지 7개월, 벌금과 환수금 처분을 받고 형사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은 복지부장관만이 관계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심평원 직원인 여 씨의 명의로 된 서류제출요구서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단, 심평원의 현지조사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건보법이 복지부 장관의 권한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이 없어 심평원 직원의 현지조사와 관련한 법적 근거는 없어 심평원의 현지조사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었다.

김 씨는 앞서 국무총리행정심판실로부터 법적 근거가 없는 현지조사를 받은 것이 인정돼 업무정지 취소 판정 등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판정을 받았으며, 면허정지 7개월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환수금 처분취소를 위한 소송 등도 준비 중이다.

또한 현지조사에 여 씨가 환자를 진료중이던 김 씨에게 자료제공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면서 현장에서 조사대상 기간을 자의적으로 36개월까지 늘린 데 대해 여 씨를 직권남용·공무원 사칭 혐의로 고소했으며, 복지부 이 모 사무관 역시 위증과 직무유기로 고소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판결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판결이 진료현장에서 인권을 유린한 심평원과 복지부의 불합리하고 위법한 관행적 실사태도에 대해 경종을 올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계는 물론 사회 각계에 만연돼 있는 위법한 관행을 근절하고 법질서가 확립되길 기원하며, 우리 협회는 더 이상 무고한 의사회원들이 진료권을 보호받지 못하며 불법적이고 부당한 국가 권력에 의해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당기관과 책임자에게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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