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자신이 낸 진료비가 정당한지 알아보는 "진료비 확인신청"이 일부 병의원의 취하종용으로 취하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니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의료기관의 문제점을 앞장서 개선하고 선도해야 할 대형병원에서 진료비 확인 신청 취하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환자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사실 환자와 의사간의 위치는 수평적 위치가 아닌 여전히 상하적 위치를 견지하고 있어 의사의 말에 “아니요”라고 할 환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과잉진료, 과다청구 등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기관들의 불법적 행위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에서까지 환자를 우습게 본다는 것은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의료폭력이나 다름없는 도덕적 타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의료기관의 이미지 악화, 매출감소를 우려해 "진료비 확인신청"을 하는 환자에게 일부 병의원들이 취하를 종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환자들이 진료비 확인신청을 "취하"하면 민원인들에게 취하를 조건으로 진료비 전액 또는 일부를 환불해 주는 관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니 당국을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 문제와 관련 "진료비 확인신청 취하 종용을 자제해달라"며 전국 병의원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심평원이 달랑 공문을 보낸 것으로 끝냈다면 그것은 환자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니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해 결국 국민의 권익보다는 의료기관의 불법성에 동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전현희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27% 내외의 신청이 취하되고, 이 중 45%는 과다청구로 환자에게 지불됐다는 것이다.

진료비 확인신청 취하건수도 매년 증가해, 2007년 5,285건, 2008년 6,468건, 2009년 9,793건, 금년 5월까지 1,570건으로 최근 4년간 2만5,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평원은 의료기관들의 취하종용 실태를 철저히 파악해 문제가 있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처벌을 해야 한다.

사실 의료체계가 분명하게 구분돼 있는 지금 각 의료기관에서 받아주고 있는 의료기관 간 검사기록을 해당 의료기관이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한번쯤 제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1차 의료기관의 검사기록을 2차에서, 1-2차 의료기관의 검사기록을 3차에서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결국엔 선택진료제에 의해 똑같은 검사를 다시 하는 예가 다반사다. 환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 식이지만 검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액의 검사 경우는 지금도 돈 이 없어 검사를 포기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 환자들이 많다. 과연 그 수많은 검사를 또 다시 받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의사들 스스로의 양심에 맡긴다지만 진료비의 45%가 과다청구로 환자에게 지불됐다는 사실에서 본다면 의아한 부분이다.

국민들의 권리인 진료비 확인신청까지 "취하"하도록 종용하는 대한민국의 병의원을 과연 어떤 이미지로 봐주어야 할까. 제발 돈보다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의료인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심평원은 의료기관 타락을 더 이상 방관 말고 이를 막을 방도를 빨리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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