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우수한약재 운운하면서도 뒤로는 엉터리 한약재들이 환자 치료용으로 사용됐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원산지 둔갑행위로 인한 저질 한약재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으나 이를 관리하고 있는 식약청이 한약재 원산지 표시위반 단속 실적이 없다는 자료를 국회의원에게 제출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동안 본지를 비롯한 일부 단체 및 학회들이 한약재의 안전성 문제와 부작용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식약청이나 한의계는 “이상무” “안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러나 이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동안의 지적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국회 복지위)이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2009년 한약재 원산지 둔갑행위에 대한 단속과 조치결과"를 보면 2009년 형사처벌을 받은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둔갑시킨 한약재를 의약품으로 유통하다 적발된 경우다.

적발된 품목 중 황기, 작약, 구기자, 천궁, 산수유 등은 "수급조절품목"으로써 의약품으로 정식 수입된 것이 아니며, 식품 혹은 농산물로 수입돼 원산지를 둔갑시켜 의약품으로 유통된 것이라고 하니 어떻게 한약재를 마음 놓고 처방을 받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물론 마지막 소비자인 한의사들이야 몰랐다고 발뺌하면 되겠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복지부와 식약청이 의약품용 한약재를, 농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의약품용 한약재와 식품용 한약재를 각각 관리하면서도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식품용으로 수입된 한약재가 의약품용 한약재로 전용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환자 치료용으로 사용될 의약품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들 한약재들이 환자에게 사용된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것은 의약품용 한약재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식약청과 농관원이 그동안 벌여 온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식약청과 농관원으로 이원화된 한약재 관리체계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상호 중복 관리를 통해 발본색원 하지 않는다면 엉터리 한약재들은 고스란히 한의원이나 한약방 등으로 스며들어 환자에게 투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약재들이 환자에게 투약되면 질병치료는 둘째 치고 오히려 환자의 치료시기를 놓쳐 질병을 악화 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발생한 한약재로 인한 많은 부작용사례 등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식품용으로 국내에 반입된 한약재가 의약품용으로 전용되고, 수입한약재가 국산한약재로 둔갑하는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본다면 한의계의 책임 또한 크다 할 것이다.

한의사들은 한약재의 최종 소비자라고 한다. 즉 둔갑된 저질 한약재들이 어떤 경로를 거쳤던 대부분 소비가 됐다는 점에서 본다면 환자 처방에 상당량이 사용됐을 개연성이 높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사회문제가 됐던 한의원 등의 저질한약재 사건을 접할 때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공급자들의 도덕성만 매질을 당했다. 그러다 보니 업자들은 단속이 되더라도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이용해 약간의 벌금을 감수하고 지속적으로 원산지 둔갑행위를 지속해 왔던 것이다.

안전성이 검토된 한약재만 사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한의계도 과연 회원의 몇%가 안전성이 담보된 우수한약재를 처방하고 있는지 대대적인 조사를 단행 해 볼 것을 촉구한다.

한약재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면 생산-수입-유통-제조-판매는 물론 한의원과 한방병원 등도 똑 같은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 수도 없이 입증됐기 떄문이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우리는 깨끗하다"고 목청을 높여봐야 이제는 국민들도 믿지 않는다.

정당한 지적을 타산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역공의 기회만 엿보는 한의약계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없이는 한의약학의 과학적인 발전은 물론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도 돌아오지 않는다.

눈 앞의 이익만 쫒기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한약재의 유통구조가 안착되기를 기대한다. 한약재의 두 얼굴에 씌워진 가면을 스스로 벗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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