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의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쌍벌죄 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적잖은 논란도 있겠지만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번 법안에 앙심을 품은 일부 의료계 관계자들이 국내제약사 불매운동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는 등 불상사나운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 실망이다. 이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동안 정부와 제약업계는 수도 없이 리베이트 근절책을 내 놓았었다. 심지어는 제약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서약과 결의문까지 공표했었다. 여기에 복지부도 거들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은 충격요법까지 동원했다.

뿐만 아니라 본지를 비롯한 여러 언론들이 솜방망이 처벌로는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없다는 다양한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손을 벌리고 있는 쪽이 있다 보니 리베이트 살포 사건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이러한 근절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하듯 곳곳에서 터졌다. 과연 그 책임의 중심에 누가 서 있었는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물론 회사에 불만을 품은 일부 영업사원들의 고발로 표출되긴 했지만, 제약사들 스스로가 앞으로는 근절을 부르짖고 뒤로는 태연하게 리베이트를 뿌려왔고 그 엄청난 액수를 의사들 스스로가 챙겨 온 것 아닌가 묻고 싶다.

급기야 궁지로 몰린 제약업계는 “달라고 하는 쪽이 있는데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며 의-약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푸념을 내 놓았고 의료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가를 지불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사실 제약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리베이트 영업을 해왔고 그 결과 또한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처방 당 얼마를 처 주는 리베이트가 성행 했는가 하면, 매출대비 %를 할당해주는 씩씩한 리베이트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어떤 명목으로건 리베이트를 받아 온 쪽인 의-약계 쪽에서 받지 않는다고만 하면 문제는 쉽게 끝날 수도 있다. 받는 쪽에서 주머니를 닫아버리면 주는 쪽은 당연히 없어지기 마련인데 수십년 관습은 결코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그런 뜻에서 이번에 도입된 쌍벌죄 법안은 리베이트를 근절시킬 최적의 대안으로 지목되고는 있다. 문제는 이번에도 제대로 안착되지 않으면 또 다른 변형된 리베이트 수법을 양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꼴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이번 쌍벌죄 법안 도입으로 제약업계 보다는 의-약계가 먼저 대오 각성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제약업계만 욕하고 응징하겠다고 나설 것이 아니다. 자신들을 돌아보고 리베이트의 근본 수술이 어디서부터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특히 죄를 묻는 수사당국의 경우 보다 강력한 처벌을 적용함으로써 한번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등식이 성립되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솜방망이 식 처벌은 그동안의 예에서 보아왔듯이 계속 재발되는 악순환만 부채질 했다.

이번 법안의 처벌도 자칫 솜방망이가 될 수 개연성이 높다. 수 십 억원의 거금을 뿌리는 리베이트 금액에 비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는 조족지혈일 수 있다.

반면 쌍벌죄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허용범주에 포함됐던 "기부행위"가 삭제되긴 했지만 그마나 잘만 지키면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일단 쌍벌죄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곧바로 정부로 이송됐으니 적어도 다음 주 중이면 복지부가 시행규칙을 공포 하고 늦어도 10월이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법안이 공포된 뒤 합법적으로 리베이트가 허용되는 견본품 제공을 비롯해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를 하위법령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 규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라 건데 이번 법안이 제대로 안착돼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호기가 되지 못하고 법 따로 현실 따로 겉도는 형태가 된다면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리베이트는 항상 새로운 제도 보다 한발 앞서 지능적인 편법으로 활개를 쳐 왔기 때문이다.

정부, 제약업계, 의료계, 약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어떤 것이 진정으로 한국제약산업과 의료산업을 반석위에 올려놓는 양식이 될 것인지 진솔한 고민을 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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