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과 조강호 교수^^^
간질은 사람의 일생에 누구나 한번쯤은 앓을 수 있는 병입니다. 백명 중 5명 정도가 평생에 한번은 앓는다고 할 정도로 흔한 병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간질인 사람은 40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소아에서는 2-3%가 간질을 앓습니다. 이렇듯 많은 수의 소아 간질 환자가 우리 주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환자의 가족들이 숨기려고 하거나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은 실정입니다.

간질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행동의 변화와 특이한 증세로 인해 일반적인 질병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신이 깃든 심령적인 질병으로 간주되어 왔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간질을 천형, 즉 하늘의 벌로 생각해 환자를 감추거나 호적에서 삭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야 치료된다고 굿, 부적, 기도로 환자 치료의 기회를 박탈하는 실정입니다.

또한 생식이나 민간요법, 기 치료 등의 무수한 효과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여 제대로 치료가 되지않아 정신발달 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기도 합니다.

간질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남에게 전염되지도 않으며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병으로 많은 수에서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간질과 간질 유사질환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같아보여 "거품이 나면 간질이다"나 "온몸이 뻣뻣하면 간질이다"는 등 잘못된 상식이 만연해있습니다.

실제 간질이나 열경기, 과호흡 증후군이나 히스테리발작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간질 흉내 내는 것) 등은 일반인이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자세한 관찰이나 뇌파 검사 등이 도움이 되며 전문가가 직접보지 못하는 대개의 경우는 보호자가 자세히 관찰했다가 전문가에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뭐하다가 쓰러졌는지, 눈은 어느 방향인지, 감았는지 떴는지, 입모양은 어땠는지, 손발의 모양이나 움직임은 어떠했는지, 부르는 소리나 살짝 만졌을 때 반응이 있느지 등) 이때 절대 강한 자극 (바늘로 찌르거나 뺨을 때리는 것)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간질 경련(또는 발작)은 뇌신경세포의 갑작스럽고 조절할 수 없는 과방전으로 생기는 간헐적인 신경계장애를 말합니다. 뇌신경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생기는 경련이나 실신을 간질 유사질환이라고 하며 원인은 심장이나 혈압 조절의 이상, 심리적 요인, 열, 폐렴이나 장염과 동반된 저산소증이나 저혈당, 외상 등에 의한 뇌손상, 중추신경계의 급성감염(뇌염, 뇌수막염), 뇌종양, 뇌혈관 장애, 납 등의 중독, 대사성질환 등에 의해서도 생깁니다.

아이의 이상한 행동을 엄마들이 알기 쉽게 정리하면 신생아 시기에 손이나 발을 달달달 떠는 신경과민성이 있으며 이것은 신경이 발달하면서 정상적으로 없어집니다. 또한 엄마가 떠는 부위를 잡으면 멈추는데, 이시기에 이런 증상이 심하면서 혹시 떠는 손이나 발을 잡아도 멈추지 않으면 저캴슘혈증으로 인한 경련인지 혈액검사로 확인하여야 합니다.

영아기에 목이나 팔다리를 대칭적으로 수초에서 수분간 주기적으로 움찔거리는 영아 연축이라는 간질과 하는 양상이 비슷한 양성 유아성 간대성 근경련이 있읍니다. 이것은 목이나 어깨를 교대로 움찔거리는 것으로 발달 중에 일시적으로 생겨 치료가 필요치 않으나 한시간에 수회이상 자주하면 뇌파검사를 하여 영아연축인지 아닌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돌전후로 고열과 동반되어 경기를 하는 열성경련이 있으며 이것의 전형적인 증상은 38.4도 이상의 열이 오르고 수시간 후 깨어 있을때 갑자기 온몸이 뻣뻣해지는 경기가 5분미만 지속됩니다. 이런 열성 경기는 뇌 발달 과정에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어서 특별한 검사가 필요치 않습니다. 열성경련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경련성 질환으로 유병율은 나라마다 달라서 미국이 3-4%, 일본 7-9%이며 이중 1/3이 재발하나 나이가 들면 대개 없어집니다.

간질로 잘가는 경우는 뇌성마비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있는 아이, 15분 이상 지속되는 경련, 몸의 일부만 경련하거나 발작 중 의식이 있는 부분 발작, 24시간내에 반복된 발작, 간질의 가족력이 있습니다. 경기 전후로 1-2시간내에 열이 없거나 경기가 15분이상 지속되거나 또는 하루에 여러번 하거나 한쪽 팔다리만 하거나 만 6세가 지나도 하면 뇌파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호흡중지발작은 2세 경의 아이가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울다가 호흡을 멈추는 경우로 온몸이 파래지거나 창백해지며 심하면 의식이 없고 축 늘어지거나 온몸이 뻣뻣해져서 간질과 유사해보이나 항상 감정이 격할만한 사건 (넘어지거나 야단맞음) 이후에만 생기며 뇌파는 정상이고 자라면서 특별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야경증은 깊은 잠을 자다가 갑자기 깨어서 놀란듯한 얼굴로 울고 엄마가 달래도 반응하지 않다가 수분후 다시 잠이 들지만 아이는 이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몽유병과 동반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 간질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잇습니다.

악몽은 자다가 무서운 꿈을 꾸고 일어나는 것으로 야경증과 다르게 엄마가 달래면 반응을 하고 안심이 된 후 다시 자며 다음날 아침에 아이가 기억을 합니다.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으나 무서운 내용의 영화나 책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몽유병은 수면 중에 약한 각성이 생기는 것으로 아이가 자다가 깨서 돌아다닐 때 반응을 하나 나중에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경우는 계단에서 구를 수도 있으므로 약을 사용하나 대개는 아이를 조용히 다시 재우는 정도로 충분하며 억지로 깨우면 갑자기 과격한 행동을 하여 위험할 수 있으므로 아이를 자기방으로 조용히 이끌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과호흡 증후군은 긴장, 공황 장애 등의 심리적 요인으로 아이가 호흡이 빨라지며 사지가 마비가 오는 것으로 발작 전에 과호흡이 있는지 여부로 쉽게 감별이 되며 종이 봉지 등을 입에 대고 자신이 내쉰 공기를 다시 흡입하게 하여 피속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주어 치료합니다. 이때 비닐봉지는 숨 쉴 때마다 나는 소리 때문에 환자의 안정에 나쁘다고 하며, 검은색 등도 자극을 줄 수 있어 종이봉투 큰 것 이 무난하다고 합니다.

모야모야병 등의 뇌혈관 장애로 인한 것인지 MRI (뇌자기공명영상)를 찍어서 구별하고 드문 경우 간질발작과 구분이 애매하면 뇌파검사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틱장애는 반복적인 이상한 움직임을 아이가 하는 것으로 자기가 일시적이지만 의식적으로 하지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로 눈이나 얼굴쪽에 잘생기며 대개 스트레스 상황에서 1달정도 생기는 것은 치료하지 않습니다. 다만 심하게 움직여 옆의 사람을 치거나 소리를 내어서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실신은 뇌에 산소나 당이 일시적으로 공급되지않아 잠시의식을 잃고 쓰러지나 곧 정신을 차리고 대개 후유증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정맥 등의 심장의 이상이나 저혈당 등의 대사질환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기본적인 심전도나 혈액 검사를 하여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여야 하며 원인에 따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의 응급 처치는 원인과 상관없이 동일합니다. 경기 시는 애기를 옆으로 눕히고 고개를 약간만 젖히며 거즈로 나무막대기를 싸서 넣거나 질긴 고무를 입안에 넣어 혀를 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나 이미 입을 꽉 다물고 있으면 억지로 넣어서는 안됩니다. 수건이나 거즈, 숟가락을 입안에 넣으면 안됩니다. 거즈가 풀어져서 기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가락을 넣는 것도 금지입니다. 아빠가 손가락을 물려서 수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듯이 눕히거나 세워서 안는 경우 토한 것이 기도를 막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옆으로 눕히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혁대 등 몸을 조이는 것은 풀어주어 숨쉬기 편하게 하고 아이를 안전한 바닥에 눕히셔야 합니다. 소파에 눕혔다가 떨어져서 이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나 너무 자극적인 빛은 경기를 심하게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아이가 얼굴이 파래지는 경우도 있으나 숨을 전혀 안쉬거나 뇌손상을 받는 것이 아니므로 침착하셔야 하며 인공호흡은 전문가가 아니면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못된 인공호흡으로 기도로 토물이 들어가거나 폐손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개는 인공호흡이 필요 없습니다. 손발을 따주는 경우는 이론적으로 경련을 조절할 수도 있으나 심해질 수도 있으므로 금기입니다. 어는 부위를 어느 정도의 자극시 경기가 멈추는지 심해지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0분 이상 지속되면 119등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고 지속시 가장 가까운 응급실을 방문하여 응급처치를 하여야 합니다. 응급처치는 전국 어디나 거의 동일하여 굳이 대학병원이 아니라도 가까운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가시면 됩니다.

좋은 병원으로 간다고 30분-1시간씩 차를 타고 가는 것은 아이에게 해로울 수 있습니다. 응급처치 후 필요시 응급실 의사가 대학병원 등으로 전원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해줄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돌발적인 상황이 안생기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만약 생긴다면 부모의 현명한 대처가 중요합니다. 모두의 자녀가 건강하고 현명하게 자라도록 바랍니다.

(도움말:가천의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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