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병원 가정의학과 황인철 교수^^^
황사, "흙이 비처럼 떨어진다"고 해 예로부터 우토(雨土) 또는 토우라 불린다.

그런 불청객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황사의 발원지는 중국과 몽골의 경계에 걸친 드넓은 건조지역과 그 주변에 있는 반 건조지역인데, 갈수록 이 보다 훨씬 동쪽에 위치한 내몽골 고원 부근에서 황사가 발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급격한 산업발전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광범위한 사막화로 인해 향후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황사가 발생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상청에서 발표한 연도별 황사 관측일수를 보면, 1990~1999년까지 70일이었던 것에 반해, 2000~2009년까지 118일을 기록하였으며, 올해에만 벌써 네 번째 황사가 찾아왔다.

황사는 저기압이 강한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데, 토사가 저기압에 의하여 지상으로부터 4~5 km 상공까지 상승한 후 강한 고층기류에 의해 먼 지역까지 확산되는 현상으로, 편서풍에 의해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수송되어 우리나라에서는 3월부터 5월까지의 기간 중에 종종 관측되고 있다.

황사는 대기중의 입자상 물질농도를 현저히 증가시켜 시정을 단축시키고 의복이나 건물 등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농작물이나 활엽수의 기공을 막아 생육에 장애를 일으키며, 무엇보다 황사입자들이 호흡기 계통에 들어가 기관지염을 일으키고 눈에 들어가 각막을 상하게 하는 등 건강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황사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완벽하게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05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180만 명 남짓의 인구가 황사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고 있고, 이중 165명이 사망하며, 이를 화폐 단위로 환산할 경우 최대 7조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쯤 되면, 개개인의 조그만 노력보다는 정치권, 행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단체 등 보다 영향력 있는 행동체의 움직임이 필요할 터다. 수년 전부터 직접적으로 황사의 피해에 노출되어 있는 중국, 일본, 몽고 등과 함께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황사 공동 연구단을 발족해 황사의 예방 및 통제 등에 대한 공동연구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피부에 와 닿는 성과는 없는 것 같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최선의 황사 대처법은 국민 개개인이 다음과 같은 바람직한 황사 대처요령을 숙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첫째, 황사현상이 심한 기간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것이 가장 좋으며, 부득이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가능한 황사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황사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환기를 전혀 시키지 않게 되면 오히려 황사에 포함된 오염물질이 실내에 축적되므로 적절히 환기를 시키되 북서쪽 문이나 창문보다는 남동쪽을 열어 놓는 것이 좋다.

또한, 실내에 녹색식물을 많이 기르고 공기정화기나 음이온 발생기 등을 이용하여 공기를 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가습기로 실내적정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긴 소매 옷을 입도록 하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여 황사의 흡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즉시 손과 얼굴을 씻고 가능하면 샤워를 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눈, 목, 코 안의 점막은 더욱 취약하므로 이 부분의 세정에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한다.

둘째, 충분한 영양 섭취와 함께 적절한 수면과 운동 등으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항간에 떠도는 속설에 의하면, 황사와 황사 속 중금속 피해를 줄이는 요령으로 삼겹살 먹기, 봄나물 요리 등이 추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봄나물의 경우는 제철 나물로서 풍부한 식이섬유와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좋은 식품이라 생각하면 충분하며, 황사가 왔다고 해서 소주에 삼겹살을 많이 먹게 되면 비만과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인해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에 오히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깨지기 쉬운 신체균형을 되찾고 해독을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며, 운동은 황사가 지나갈 때까지 실내에서 간단한 체조나 스트레치 정도만 해 주어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황사가 심한 날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오염물질이 호흡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어 건강한 사람도 면역기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지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따라서, 몸의 이상징후에 각별한 신경을 써서 늦기 전에 병원에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눈이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며 눈에 뭔가 들어간 듯한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은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전형적인 증세이다. 이때는 일단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 거리거나 얼음찜질을 해주면 증세완화에 도움이 된다.

천식의 전형적인 증세는 갑자기 심한 기침을 연속적으로 하면서 숨이 차고 숨쉴 때마다 쌕쌕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는 특히 밤에 혹은 새벽녘에 발작적으로 기침이 나와 환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을 괴롭히게 되는데, 이런 증세가 있을 시에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 이 외에도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피부염 등이 유발될 수 있다.

(도움말:가천의대길병원 가정의학과 황인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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