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의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잊을만 하면 터지는 리베이트 사건이 또 발생했다. 더 이상 제약협회의 리베이트 자정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입증하고 말았다.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 악역을 담당하겠다는 제약협회 어준선 회장의 안국약품이 제주도에서 의사 등을 대상으로 한 학술대회를 진행하면서 상당규모의 골프접대를 했다는 제보로 몸살을 앓더니 연이어 리베이트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이제는 백약이 무효가 됐다.

15일 병의원에 불법적인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영진약품만 해도 대기업 계열의 중견 제약사로 지난해 매출만도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번 영진약품의 리베이트 건은 또 한번 "매출=리베이트"라는 제약-의료간의 고질적인 등식을 증명하는 꼴이됐으며, 제약협회의 자정기능 상실이라는 수 백번의 지적을 사실로 입증했다.

영진약품은 지난해 6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혐의로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진바 있다. 조금은 자숙을 했어야 했고 정도를 지키는 행동을 했어야 옳다. 그런데 불과 1년 6개월만에 또 다시 리베이트 혐의로 식약청 중조단의 조사를 받고 있으니 기업의 도덕성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영진약품은 물론 그동안 리베이트로 연루됐던 중견 제약사들의 경우 리베이트 혐의의 대부분이 내부고발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할 때 제약협회의 기능 활성화 보다는 내부고발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부끄러운 지적까지 아오고 있다. 즉 제약협회가 목놓아 부르짓는 "공정한 경쟁"은 물건너 갔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를 하나 보자, 지난 9월 제약협회 의약품유통부조리신고센터에 익명의 팩스제보로 촉발된 8개 제약사 11개 의료기관의 리베이트에 대한 제약협회 차원의 조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사실상 마무리 된바 있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며 큰소리치던 제약협회가 자체조사를 통해 뭔가 밝혀내겠다며 야심찬 조사를 두달여 동안 진행했지만 결과는 8개 제약사 중 1곳의 중견 제약사 혐의만 밝혀내는데 그쳤다. 그나마 혐의가 밝혀진 제약사도 경징계 처리됐다.

이러고도 제약협회가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고 또 국민 앞에 큰소리 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어준선 회장은 제약협회 창립 64주년 기념사에서 "과거에는 제약기업이 살기위해서 리베이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살기위해서 리베이트를 하지 말아야 하는 때가 됐음을 통찰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답습하여 오던 리베이트를 최대한 배격하는 영업정책을 우리 제약인 모두 한뜻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두 달이 채 안된 지금 제약업계는 영진약품의 리베이트 사건으로 또 몸살을 앓고 있다. 어준선 회장의 제약협회 창립 64주년 기념사에 한순간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제약협회는 앵무새처럼 공허한 메아리만 부르짓고 있고, 제약사들은 제약협회는 알바 없다는 듯 여전히 리베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약협회가 패닉 상태에 빠져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살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목석이 된지 오래다.

가장 심각한 고질병이 되기까지 그 역할의 일부는 제약협회 스스로가 자초한 꼴이됐다. 자율적으로 해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권한을 부여해줬지만 제약협회는 회원사라는 것 때문에 이러 저런 핑계로 눈을 감아주었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보다는 덮는데만 골몰하다보니 급기야 지금과 같은 불치의 병을 만들고 만 것인다.

그 책임도 제약협회가 져야하며, 해결책도 회원들을 관리하는 협회인 이상 반드시 만들어 내야한다. 지금과 같이 몇몇이 모여 맹세하고, 선언문 발표하고, 담화문 발표하고,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좀 심한 것 같지만 지금의 회장이나 상근 부회장 기능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리베이트 문제가 제약산업 전체에 쓰나미 같은 돌풍으로 휘몰아 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제약협회의 구조부터 다시짜야 한다. 뭐가 가장 큰 문제인지 또 가장 빨리 해결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체 혁신만 부르짓고 있는 제약협회 구조로는 해결책이 없다. 제로베이스에서의 제약협회 기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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