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제약협회 의약품유통부조리신고센터에 익명의 팩스제보로 촉발된 8개 제약사 11개 의료기관의 리베이트에 대한 제약협회 차원의 조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두달여 동안의 조사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며 큰소리치던 제약협회가 자체조사를 통해 뭔가 밝혀내겠다며 야심찬 조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8개 제약사 중 1곳의 중견 제약사 혐의만 밝혀내는데 그쳤다. 그나마 혐의가 밝혀진 제약사도 경징계 처리됐다.

나머지 7개 제약사는 완강히 부인해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단 처리를 유보했다. 제약협회의 유통부조리신고센터의 능력이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물론 제약협회로서는 나머지 7개 제약사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하고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또 복지부 등 외부기관에서 다시 조사한 결과가 리베이트 제공으로 밝혀지면 가중처벌하면 그만이다.

이번 조사에서 보듯 제약협회 차원의 리베이트 조사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의약품유통부조리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제보 등은 즉각 복지부 등 외부기관 보고해 발본색원하는 절차를 밟는것이 더 효울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복지부가 접수된 사안을 판단해 죄질의 경중에 따라 수사권이 있는 식약청의 위해사범 중앙수사단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첩하면 이번 조사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제약협회 차원의 조사는 오히려 의혹이 부풀려져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의료기관 보다는 리베이트를 건낸 제약사들만 처벌 받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손을 벌리는 쪽이 있기 때문에 주는 쪽이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두고 볼 때 제약사들의 이실직고는 곧바로 의료기관의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제약사는 괴심죄가 적용돼 자사 의약품이 관련 의료기관은 물론 전체 의료기관에 들어가기가 곤란해질 수 있다. 설령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의사들의 처방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제약사는 곤경에 처해질 것이며 자칫하면 회사 존폐를 걱정해야 할 만큼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이 리베이트 문제다.

현행법상 경징계(위반이 명확하고 이로 인해 제약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는 1,000만원 이하의 위약금, 제약협회 임원 및 위원회 활동 제한, 정부 훈·포상 후보 제외 요청, 정부 정책지원 대상 자격제외 요청, 정부 약사감시, 실거래가 사후관리, 유통실태 특별조사 우선조사대상 지정요청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또 중징계(명백하고 중대한 규약위반 행위, 또는 위법행위)의 경우 1억원 이하의 위약금, 관계당국 고발, 협회 회원사 제명요청, 비회원사의 경우 보건의료분야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에 이첩 등 조치가 내려진다.

문제는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리베이트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고소 고발이 아닌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분위기 쇄신이 머저 선행돼야한다. 말로만 양성화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필요와 불필요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 양성화 시킬 것은 과감하게 양성화 시키고, 의료계 및 제약계가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제약계-의료계 모두는 "리베이트=처방"이라는 전근대적 업계 환경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현재의 구조로는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건내지 않고는 흑자 수익구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리베이트를 건낸다고 제약사만 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리베이트를 챙기는 의사들도 욕할 수만은 없다. 모두가 합작해 만들어낸 악습일 뿐이다.

따라서 조사다 뭐다 해서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를 건내지 않고도 선의의 경쟁으로 영업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약업환경을 조성하는데 제약협회는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 병협이나 의협과의 조율을 통해 꼬이고 비틀린 실타래를 풀려는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제약사들에게만 리베이트 건내지 말라고 하면 해답은 없다.

내년에는 제약협회가 이런 쪽에 비중을 싣고 근원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의지를 통해 리베이트 근절 환경을 조성하는 열의를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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