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이런 사태를 몰고 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고 물리는 사생결단식 충돌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일반인 약국개설 공청회가 또 다시 12월 10일 이후로 연기됐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공청회 무산과 관련, 약사회 관계자 2명을 업무 방해혐의로 관할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고 한다.

물론 혐의가 있으면 고발도 당해야 하며, 경찰의 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기재부가 먼저 그 단초를 마련했다. 현 시점이 대한약사회 회장 및 각 지부 회장 선거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청회 방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일반인 약국개설 문제는 약사회의 최대현안인데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를 가만두고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기재부의 착각이다. 성난 약사사회의 벌집을 기재부가 들 쑤시는 꼴이됐다.

그동안 약사들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의약품 약국 외 판매와 일반인 약국개설 허용 등에 대해 강력한 반대입장을 펼쳐왔다. 어찌보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 따진다면 의약품 약국 외 판매와 일반인 약국개설 허용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비록 기재부 등이 일반의약품 등 부작용 우려가 없는 의약품에 한해 수퍼 등에서 판매를 해도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이는 약국에서 경미한 환자 치료나 금융업을 겸해도 된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의약품 등을 약국 외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약품의 분류체계를 개선해 정확히 약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정해야한다.

분명한 것은 전문이건 일반이건 약이라는 명칭이 붙었다면 약국에서 팔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무시한다면 의약체계가 부실해져 급기야는 수퍼 등에서 전문의약품을 몰래 파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지금도 일부 인터넷이나 음성적 루트를 통해 전문의약품까지 불법으로 팔려나가고 있지 않는가. 정부가 먼저 할 일은 이런 불법 유통망을 제거하고, 국민이 안전한 약을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투약지시에 따라 복용하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우려야 한다. 아무리 안전한 일반의약품이라고 하지만 0.0001%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당연히 약사들이 관장하는 것이 옳다.

현재 약사회는 당번약국을 운영하는 약국정보 및 근무시간에 대한 안내를 위한 당번약국홈페이지(www.pharm114.or.kr)를 운영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보건복지부콜센터 129) 및 응급의료정보센터(1339)와의 업무협조를 통해 당번약국에 대한 전화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제도를 더 활성화 시키고 정부가 인센티브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굳이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필요치 않다는 생각이다.

일반인 약국개설 허용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자칫하면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돈 있는 자가 약국시장을 장악하게되는 기형적 구조를 양산하게된다. 심각할 경우 자본주가 약사를 고용해 점원처럼 부려먹는 약사의 독립적 지위를 허물어 뜨리게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의사뿐만아이다. 약사들도 의약산업의 한 축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이 "치료의 시간은 짧은 반면 약의 복용은 매우 길다, 가장 롱텀한 가치가 있는 약을 다루는 약사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한 것에 비쳐볼 때 약사는 "국민에게 왜 이약을 먹어야 하는지 신념을 심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약사들까지 거대 자본에 휘둘리는 현상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체계도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의약품 약국 외 판매와 일반인 약국개설 허용 등에 대한 문제는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몰이식으로 결과를 얻으려 할 것이 아니라, 수백번의 토론을 통해서라도 정부와 약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의 편의만을 제공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에게 불편을 야기시키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미국의 체계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문제다.

현명한 해결책은 없는지,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공청회를 강행함으로써 선의의 범죄자를 양산할 것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본다면 공청회는 취소하는 것이 옳다. 약사회 관계자에 대한 고발도 취소해야한다. 오히려 그 시간에 약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제 3의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기회에 약사회도 한발 물러나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야간은 물라도 공휴일의 약국 휴업을 지금보다 대폭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국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여기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발 이런 문제로 사회적인 낭비를 초래하지 말기를 기재부와 약사회에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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