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비롯한 산하기관들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모두 끝났다. 이번 국정감사는 눈길을 끌만한 이슈가 없었는 데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정부부처 피감기관의 무성의한 답변, 부실자료 제출, 피감기관의 고압적 자세, 의원들의 불필요한 자료 요구 같은 폐해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복지위의 이번 국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의료기관 이나 약국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건강보험재정을 축내는 근본 요소가 의-약국의 부정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지적 사항이 많이 나왔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진료비 거짓청구, 무면허 의료, 진단서-검안서-증명서 허위작성 및 교부,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 등은 얼마나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의원급 감기처방 과다, 의료기관 과잉자료 심각, CT-MRI 부정설치, 실거래가 위반약품, DUR사업 개인정보 유출, 항생제 주사제 처방율 증가, 특수 의료장비 엉망, 환각-피해망상 부작용 "할시온정" 장기처방 17만 건 등 국회의원들의 지적사항 모두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당장 뜯어 고쳐야 할 사안들이다. 이중에는 이미 몇 해에 걸쳐 지적된 사항도 있으며, 심지어는 고질병처럼 고쳐지지 않는 사안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피감기관들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사안에 대해서는 국정감사가 끝나도 끝가지 추적 또는 계도를 통해 뿌리 뽑기보다는 국정감사만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여기에 문제를 지적한 국회의원들도 관련 사안에 대해 국정감사 이후에도 관심을 갖고 행정부가 어떤 조치와 대책을 마련하는지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문제가 불거질 때만 호통을 치는 행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적어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은 이행내역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추궁해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아 매년 국정감사 때 마다 앵무새 같은 추궁과 답변을 들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이번 국정감사가 끝나자 여당이 국정감사 제도를 상임위별 연중 국감 방식으로 바꿀 계획을 잡고 있다. 매년 10월에 20일간 국회의 모든 상임위가 정부의 전 부처를 상대로 일제히 진행하는 국정감사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정책감사보다는 정치쟁점 공방장이 되는 폐단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의견이 집약되면 연중 상임위별로 개별적 필요에 따라 국정감사를 해당 피감기관별로 진행하는 방법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국회 선진화특위에서 이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문제해결 차원에서도 바림직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참에 건보재정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도 의료법 위반 중 진료비 허위-부정 청구, 증명서 허위작성 및 교부,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 등은 처벌을 더욱 강화해 아예 생각조차 못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없이 솜방망이 처벌이다 뭐다해서 개선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개선보다는 그저 숨바꼭질 하듯이 근시안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현행법을 보면 위반 사례 건수가 가장 많은 "진료비 허위-부정 청구"의 경우 1차 위반시 자격정지 1개월, 2차위반시 자격정지 3개월, 관련서류를 위-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 총 거짓청구금액에 따라 최소 자격정지 1개월에서 최대 10개월의 행정처벌을 내리고 있다. 이런 처벌로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잘 알다시피 미국, 영국, 독일 등 많은 국가들은 부정청구를 사기(fraud)로 규정해 반사회적인 범죄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부정청구 적발 시 행정적 불이익(요양기관취소)을 비롯해 민사상 처벌은 물론 형사상 처벌까지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부정-허위청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건강보험재정누수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 영국 등의 국가에서와 같이 보다 강력한 처벌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징벌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현 상태로는 근절이 어렵다고 본다면 징벌강화를 모토로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의료기관 및 약국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진료비 허위-부정 청구"는 일시적으로는 곶감을 빼먹는 쾌감이 있겠지만 결국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유발시켜 국민피해는 물론 의약산업을 위해서도 결론은 손해다. 따라서 스스로 정화한다는 마음으로 "진료비 허위-부정 청구"근절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민을 이용해 장사 속을 채우는 행위는 시정잡배나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다. 제발 이번 국정감사가 한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근본 문제를 근절하는 극약처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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