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리베이트로 인해 제약사 전체가 수렁으로 빠지는 일은 없겠지요." 한 중소 제약사 임원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현재 제약협회가 받고 있는 서명작업에 대해 희망의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을 무색케 하리만큼 제약협회가 추진하는 서약이나 결의로는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만만찮다.

제약협회는 지난 7월 말부터 제약 CEO를 대상으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결의문"을 발송한데 이어 불법 영업행위 척결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결의문에는 △솔선해서 리베이트 영업관행을 없애기로 결의한다 △불법적인 영업관행에 대해서는 철저한 고발정신으로 대응한다 △정부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영업·마케팅 활동이 가능하도록 공정경쟁규약을 현실화해 줄 것을 요청한다 △결의 내용에 적극 동참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문만 본다면 모든 제약사가 서명작업에 동참하면 다시는 리베이트 문제가 재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제약협회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190여 개 회원사 중 한달여간 서명에 동참한 국내 제약사 CEO는 이제 겨우 100명을 넘어섰다. 물론 제약협회는 이번주 내로 대부분 회원사들이 동참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190여 개 회원사 CEO 모두가 동참하더라도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제약협회는 심심찮게 결의, 서약, 캠페인 등을 앞세워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일관하다 결국엔 동참한 제약사들로부터 뒤통수를 엊어 맞는 꼴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리베이트 근절을 외쳤던 협회 회장의 제약사까지 골프접대 의혹에 휘말리면서 공신력까지 급격히 추락한 상태다.

따라서 제약협회가 리베이트 근절에 동참하겠다는 190개 회원사로부터 서약을 받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또 다시 리베이트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전히 결의문 서명으로는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따진다면 190개 회원사가 모두가 리베이트를 뿌리지 않으면 근절의 가능성은 있다.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리베이트 살포=매상"이라는 결과 때문에 대형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살포가 고질적인 불치병으로 자리잡아 왔었다. 지금까지 적발된 예도 그렇지만 앞으로 서명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부류도 대형제약사들이다.

더 큰 문제는 리베이트 근절은 국내 제약사들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반드시 다국적 제약사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오리지널 약을 앞세워 국내 제약사들보다 손쉽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들의 동참이 없다면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간의 시장 쟁탈전에는 분명히 리베이트가 따라 붙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리베이트를 뿌리다 적발된 제약사들의 푸념은 한결같이 "다른회사가 뿌리는데 우린들 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복지부가 이번에 꼭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면서 리베이트를 받는 의,약사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리베이트라는 것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아무리 규제하고 처벌을 강화해도 편법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동안의 예를 보면 리베이트의 경우 영업사원들의 양심선언이나 폭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불법적인 영업관행에 대해서는 철저한 고발정신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신변보장과 그에 따른 인세티브를 더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물론 고발이 횡행하는 기업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풍토는 제약사들 스스로가 만든 만큼 근절을 위해서는 당분간 제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이를 감수해야한다. 이제는 리베이트로 뿌려지는 천문학적인 자금들을 국민의 편으로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제약 CEO들의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결의문" 이행의지를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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