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30일(목)(현지시각, 한국시각 7월 31일) 유네스코가 우리나라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공식 등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유네스코가 동의보감이 가지는 역사적 진정성, 세계사적 중요성, 독창성, 기록정보의 중요성, 관련 인물의 업적 및 문화적 영향력 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해서 기뻐 할 때 만은 아닌 것 같다. 그동안 동의보감을 근거로 국민의 건강을 지켜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한의약계는 동의보감의 실제 임상에서의 유용성 및 가치를 높이는데는 게을리하지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저 동의보감을 따라했을 뿐이지 시대적 변화나 약재의 환경에 따른 약리 효능의 경중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역사적 진정성, 세계사적 중요성, 독창성, 기록정보의 중요성, 관련 인물의 업적 및 문화적 영향력 등을 인정한 것 외는 더 이상도 없다. 즉 17세기 초 의성(醫聖) 허준(1539~1615년)이 집대성한 동의보감은 의약학적으로 볼 때 여전히 17세기에 머물러 있다.

1500년대와 2000년대는 모든 것이 변했다. 인간의 질병은 물론 의, 식, 주, 환경, 토양, 수질, 공기 등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이런 주변 환경이 좋은 방향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형태로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는 한약재도 자연히 시대적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과학의 부산물인 농약, 표백제 등에 의해 제대로된 약리효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여건이 되고 있다. 지금 1500년대 한약재와 견주어 제대로된 약리효능을 발휘 할 한약재는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이러한 약재들에 의한 처방은 약리효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한약재 및 침 뜸 등의 부작용 사례나 저질 중국산 한약재의 범람으로 한의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까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의약계는 변화되고 진전된 동의보감의 우수성을 보여주지 못한채 1500년대 수준의 동의보감에 매달려 있다.

솔직히 따져 본다면 현대의학의 발전은 22세기를 추구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한의약은 1500년대 동의보감을 흉내만 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의약계는 반성해야 할 일이다. 과연 그동안 동의보감의 질적 수준을 얼마나 높였으며, 의학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문자답 해 봐야 한다.

허준 선생께서 동의보감을 집대성한 당시와 현재의 변화를 단순히 한약재로만 비교해보자. 당시 허준 선생이 사용한 대부분의 약재는 자연에서 채취한 것으로 환경오염은 물론 어떤 화학적 영향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제대로 된 약리 효능을 발휘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완벽한 한약재에 이를 달이는 물까지도 구분해서 사용했을 정도였으니 당연히 그 결과도 우수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약재의 상당수는 어떠한가. 재배 일색인데다 대부분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 당시의 약리효능을 발현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더욱이 토양, 기후, 수질 등의 중금속 오염은 갈수록 동식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진짜 동의보감에 기록된 약재의 효능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임은 분명하다. 한술 더 떠 유통상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농약이나 표백제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동의보감이 일러주고 있는 한약재에는 수준미달이다.

즉 당시 수준으로 도라지를 5뿌리 사용했다면 지금은 10뿌리 이상을 사용해야 어느정도 약리 효능이 맞아 떨어진다는 논리다. 반대로 동의보감 처방에 따라 정해진 한약재 수량을 그대로 사용해서는 우수한 질병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렵게 됐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현 시대적 상황에 맞는 "현대판 동의보감"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야만 한의약학의 우수성으로 비과학적이라는 지적을 잠재울 수 있다.

뿐만아니다. 저질 중국산한약재의 범람, 식품의 한약재 둔갑 판매, 수입 한약재의 국산 둔갑 등 동의보감을 우롱하는 문제는 한 둘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한의사들은 이런 약재들을 선호하고 있으며, 약리 효능 보다는 코 앞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장삿꾼의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고도 동의보감을 외치는 것은 한의사들 스스로가 허준 선생을 욕먹이는 것이다.

한의약학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세계화 국제화를 입으로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현 시대 맞는 새로운 동의보감을 발굴하고 이를 기준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발전 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후 한의약학은 사라진다"는 우스게 같은 말들이 현실로 올지 모른다.

정부도 생각을 달리해야한다. 한의학 육성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정작 해야할 일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원순위를 바꿔 한의약계가 치료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동의보감의 현대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약재별 효능을 재점검하고,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도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400여년 전의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되는 것과 같이 300년후 지금의 새로운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역사를 남길 것이다.

한의약은 기로에 서 있다. 의료는 의료기기의 발전으로 연일 현대의학과 충돌을 빚고 있으며, 약재는 첨단 과학의 발전으로 미국 등이 대체의학을 앞세워 현존 한약재 효능의 몇 백배 높은 대체물질들을 개발하고 있는데다 기존의학에 도전하는 새로운 의학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약은 변해야 한다. 코 앞의 이익만 쫓을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한의약의 근간을 다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외부로 부터의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이를 재정비 하는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일부 검증된 유사의료행위와 손잡고 폭 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선진국의 대체의학에 맞서야 한다.

언제까지 400여년 전의 동의보감에만 매달려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의약계의 대변신을 지켜 볼 것이다. 현대판 허준의 출현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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