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슈퍼 등에서 팔고, 교도소에서의 간호사 의료행위 허용이 추진되면서 의,약사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허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전경련, 시민단체 등에 이어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까지 슈퍼마켓이나 약국 등에 POS시스템 설치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약사회가 같은 맥락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뿐만아나다. 지난 20일 법무부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는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 의사가 없는 공휴일이나 야간 등에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둘다 금방 받아들이기에는 괜찮은 정책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위해 슈퍼 등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불편해소라는 현실적인 문제보다 약화사고 및 의료사고에 대한 후폭풍이 더 크다고 본다.

물론 경미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지만 약화사고와 의료사고는 예상치 못한 문제발생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의약품의 경우 일반의약품이라고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작용의 위험성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미한 부작용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서는 빈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으며, 임상시험때 발견되지 않았던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개연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최근 발생한 석면 함유 탈크 의약품은 물론 매일 같이 외신 등을 통해 의약품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글로벌 전문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국가는 다양한 의약품 부작용 대처에 미약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그동안 발생한 각종 위해의약품 및 부작용 대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충분히 보여줬다고 본다. 어디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은 것이 한 두 번인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허용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좀 더 고민하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국민에게 약을 구입하기 편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착각이요 잘못된 생각이다.

교도소에서의 간호사 의료행위 허용도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사들이 "진료권 침해"며 "당국의 행정편의적 발상이 결국 국민 건강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맹렬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유가 있다.

정부가 계속해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한 예외 적용"론을 앞세우다 보면 결국 무분별한 의료행위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이런 시각에는 현재 학교보건법과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서 간호사의 경미한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에서의 연장선상일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의사가 부족하다고 간호사에게 의료행위를 허용하려는 것은 법무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임에는 분명하다.

의사와 간호사는 분명히 직역이 다르며, 책임여부도 다르다. 법무부는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의사가 없는 공휴일이나 야간 등에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기에 앞서 부족한 의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옳다. 이런 논리라면 간호사가 없으면 청소부가 간호업무를 대신해도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약사나 의사들의 논리 중 첫번째는 편리성보다 "안전성"이라고 본다. 맞는 말이다. 어떤 경우라도 국민의 건강차원에서 본다면 편리성이 안전성을 우선할 수는 없다. 이 점은 정부나 국민들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당장의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면 문제 발생시 그 피해는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회에서 발의 된 한 법안에 주목하고자 한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22일 의료 및 약화사고시 입증책임을 환자가 아닌 의약사가 지도록 하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의료사고"를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진단·검사·치료·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 등의 행위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 및 재산에 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라고 정의했다.

만약 이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실시된다면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슈퍼 등에서 팔고, 교도소 등에서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하다 의료 및 약화사고가 발생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 경우 슈퍼주인도 간호사도 사고의 입증책을 질 수 없게 된다.

의료인이나 약사가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지만 환자의 특이체질 또는 과민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등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및 약화사고가 염연히 존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원칙에 충실하는 것만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원칙 선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책임 있는 행정을 보여주기를 주무부처에 당부한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