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심각한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일선에서 책임져야할 수입한약재 검사기관들이 모조리 부실덩어리라니 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게 제출한 "2009년 수입한약재검사기관 실태점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점검 대상수입한약재검사기관 7곳 모두가 부실기관으로 적발됐다.

이런 결과는 그동안 우리 국민이 복용해 온 상당수의 수입한약재가 엉터리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병을 고치기 위해서 처방한 수입한약재의 상당수가 엉터리니 오히려 국민들의 병을 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져 든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적발된 검사기관 중에는 지식경제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도 포함됐는데 점검결과가 가관이 아니다.

한의학연구원은 시험종료 일 이전에 검사성적서 발급(시험종료일 "08.7.30, 검사성적서 발급일자 "08.7.22)하거나, 중금속 시험 미실시 및 "생약 및 생약의 추출물의 농약 잔류 허용기준"에 따른 잔류농약 시험을 미실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고도 한의학연구원이 공익성을 중요시해야 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 너무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국민건강을 좀먹는 기관을 육성했으니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나머지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검사성적서 발급 오류(자가품질검사로 발급된 참고용 성적서로 수입통관), 잔류 이산화황 검사 시 식약청이 규정하고 있는 공시험 미실시, 잔류농약시험의 시험법 부적절로 나타났다.

정부는 당장 이들 검사기관에 대해 식약청이 내린 지정취소, 시정조치, 행정처분 예고를 걷어들이고 중죄로 다스려야 한다. 그동안 이런 문제와 관련 본지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들이 솜방이 처벌을 지적했었다. 결국 정부가 이런 지적사항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했으니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 말이다.

지난 해 식약청은 일부 수입한약재검사기관에서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하는 등 검사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에 따라 조사에 착수해, 품질검사 조작 수입한약재검사기관 6곳을 적발(모두 지정취소) 한바 있다.

이에 앞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문제로 엉터리 시험기관들이 발각돼 세상이 발칵 뒤집어진 일도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됐다고 여전히 이런 짓거리를 해 왔으니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본 것인가.

반성하고 지숙하기보다는 식약청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 적발된 7곳 모두도 이들과 똑 같은 짓을 재연했으니 대한민국의 검사기관들을 도대체 누가 믿겠는가.

이러다간 국민들의 한약에 대한 불신과 검사기관들의 공신력 실추가 도를 넘어 결국 한의약의 몰락을 빠르게 부채질하는 결과로 귀결 될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몇 해 전부터 고려수지침학회가 한약재의 안정성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을 때 한의약계는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바 있다.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반드시 고쳐야 할 지적사항이었다. 그러나 한의약계는 오히려 이 것을 채찍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들을 공격한다며 아니꼬운 시선으로 응시했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모두가 엉터리고 그 엉터리를 국민에게 먹인 것 아닌가. 정부는 물론 한의약계가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본다. 정확히 따진다면 수입업자, 검사기관은 물론 이런 한약재를 국민에게 처방한 한의사 모두는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저해 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본다.

정부는 지금 당장 수입한약재 검사기관의 부실 검사 관행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만들어야 한다. 또한 솜방망이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행정처분을 강화시켜 중죄로 다스림으로써 재발을 방지하는 차단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분명히 지적하건데 이런 식으로 끝낸다면 또 다시 얼마 못가 같은 문제가 재발 될 것이다.

식약청은 지난 해 적발된 수입한약재검사기관들에 대한 조치를 하면서 "허위성적서 발급 등의 불법행위를 행하는 수입한약재 검사기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다시는 이와 같은 불법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런 방침은 불과 몇 개월을 못 넘기고 재발됐다. 검사기관들이 식약청의 조치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에 적발된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의약품시험연구소, 경기의약연구센터, 전통의약산업센터, 한국식품연구소,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 전주생물소재연구소 등 7곳은 대오각성하고 다시는 이런 편법을 행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 공표해야 한다.

그리고 식약청은 본지가 수없이 지적해 온 제조업소들의 수입한약재 검사 실태를 당장 실시 할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2008년 10월 26일자 사설, 한약재 생산 농민이 왜 분개하는지 복지부는 모르는가? 참조)

조금은 웃기는 것 같지만 요즘 모 방송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하고 있는 "똑바로해 이것들아!"가 이들 기관들을 위해서 해주고 싶은 유일한 교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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