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말할 것도 없고 16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석면 함유 탈크 제조․판매업체의 덕산약품공업 대표는 중국으로 보면 사형에 버금가는 중범죄를 저질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하고 지금 국민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부적합 제품을 1995년부터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시험성적서를 적합으로 조작해 제약회사 등에 불량 의약품을 판매한 사실을 누구도 몰랐기 때문이다. 덕산약품공업 대표의 조작술이 너무 뛰어나 그런 것인지 아니면 행정당국의 관리부재 때문인지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그나마 얼마 전 식약청이 식품-의약품과 관련된 위해사범을 소탕하겠다며 수사기획관을 배정한 위해사범중앙수사단(수사기획관: 유동호 검사)이 덕산약품공업 대표를 약사법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것은 다행이다.

또 수사를 통해 덕산약품이 수입해 제조․판매하는 탈크에 대한 자체 품질검사 결과에서 산가용물(酸可溶物)이 대한약전기준을 2배 내지 17배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엄청난 국민건강위해를 초래한 이런 기업이 활개를 치며 제약사와 식약청에 이어 국민들까지 조롱했음에도 15년이란 세월동안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식약청의 관리행정에 뭔가는 큰 문제가 생긴 것은 틀립없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변 식약청이 조금만 신경을 기우렸다면 이번처럼 이렇게 큰 파장은 안 생겼을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도 사후 약방문이 됐고 호들갑을 떤 결과는 결국 약업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 수사로 귀결되고 있는 듯 하다.

왜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조작을 해 왔음에도 식약청은 몰랐을까. 물론 인력부족 때문에 현장에 자주 나갈 수 없는 형편인 것은 안다. 그렇다고 이번 문제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식약청 조직도 어떤 방법으로건 세척을 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이런 일은 재발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 식약청 인사가 너무 잦은 자리 이동으로 인해 업무의 연결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번 탈크 문제도 5년전부터 제대로 업무 전달이 되고 중요도를 인지시켰다면 이 정도까지는 안됐을 것이다. 그것은 가장 많은 전문가 집단이면서 가장 큰 문제를 유발하고, 유발된 문제에 대해서는 또 다른 전문가의 고견을 들어야 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조직으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중요 부서에는 한 두명 쯤은 작은 일에서 부터 큰 일까지 자의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전문가가 포진해 있어야 한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오래 있으면 부정한 문제가 생긴다는 취지에 따라 수시로 보직과 자리를 바꿨지만 다른 부처는 몰라도 식약청만은 잘 못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과 관련한 문제는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보니 대부분 사회적 파장이 크다. 따라서 바로 바로 국민을 향해 해명하고, 조치하고, 결과를 내릴 수 있는 전문가가 반드시 내부에 필요한 조직이다.

이와 더불어 식약청의 인력을 대거 충원해 이번 문제와 같이 국민적 충격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 발굴해 문제의 불씨를 초기부터 진압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런 문제는 외국의 선례나 매일 같이 쏱아지는 정보를 통해서도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걸려들면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국민적 소모를 줄일 수 있고 국민 건강도 지키는 식약청 본연의 업무에 충실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현재의 처벌수위를 한층 더 강화시켜 식품이나 의약품으로 국민 건강을 기만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언론이나 국회서 이런 문제와 관련 수없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했었다. 어쩌면 덕산약품이 그동안 15년에 걸쳐 시험성적서를 조작하는 가공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부는 이러한 고견을 남의 일 보듯 말고 식약청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라도 반드시 반영할 것을 촉구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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