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가장 많은 조직이면서도 위기만 닥치면 전문성이 순식간에 경직되는 식약청, 매번 문제가 터질 때 마다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핀잔을 18번 노래처럼 듣는 식약청, 사전 예방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늘 사후대책으로 귀결되는 식약청.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사건 때 마다 듣는 지적이지만 치료가 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조직의 순기능에 퍼진 암세포가 치료불가 상태가 됐는지, 아니면 포기하고 사망 할 때를 기다리는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식약청 폐지론이 나왔을 때 국민들은 식약청의 편을 들어 유지론에 힘을 실어줬다. 적어도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배신의 아픔만은 주지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이게뭔가. 연일 석면에 오염된 탈크문제로 세상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뒷북행정이라는 질타를 너무 심하게 받아서인지 대책과 조치까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민들의 식약청에 대한 믿음은 스스로 바닥으로 떨어뜨렸으며, 그동안 숱한 문제가 터질때 마다 외쳐왔던 "대책강구" "재발방지" "선조치" 등의 온갖 수식어도 믿지 못할 립서비스로 급격히 전락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식약청은 어느 기관보다 해당 전문가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화장품-의료기기와 관련해서는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는 식약청 소속 1,410명의 직원 중 60% 이상이 석사학위 소지자며, 식품-의약품 박사만 300명이 넘는다는 것이 잘 입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번 사건만 터지면 식약청은 전문가 자문론에 목을 멘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식약청 집단을 고급뒤뇌를 집결시킨 전문가 조직으로 구성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식약청은 일반행정을 담당하게 하고 안정성과 유효성을 관리하고 문제 발생시의 대책과 사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식약청이 말하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조직이 되면 문제의 해결책이 더 빨리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지만 식약청이 행하고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보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지도가 전세계 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국가 때문이 아니라 FDA가 보여주고 있는 객관적인 전문성 때문 일 것이다.

식약청에 다시 한 번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현재의 식약청 정보기능을 완전히 손질해야 한다. 현대를 정보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 정세가 바뀌고 있다. 조금만 신경쓰면 전세계의 정보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들이 인테넷 등을 통해 전달되고 있고, 연일 언론들이 관련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도 먼저 그에 상응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대책과 관리방안을 뒤이어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이번 탈크 문제도 결국 수년전에 경고성 보고서를 제출받고도 남의 일 보듯하다 자초한 화근이 아닌가.

어떻게 보면 탈크 문제는 빙산의 일각 일 수도 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정보들을 보노라면 식품-의약품-의료기기와 관련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식약청은 팔짱 낀 모습은 수시로 보아왔다.

아무리 작은 문제일지라도 살피고 검토하고 재검증하는 노력을 해야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포크레인으로 막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식약청에 다른 나라의 정보를 검색하는 모니터 요원들을 대폭적으로 늘려야 한다. 문제만 터지면 인력부족 운운하는 것도 보기좋은 변명이 아니다. 과대광고 및 허위광고를 잡아내겠다고 늘려 놓은 모니터 요원만큼만 늘리면 된다. 정작 국민을 위한 것이 어느 것인지 인력배치의 우선순위를 식약청은 다시 한 번 재고 해 주기를 바란다.

이는 사후 대책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것은 물론 국민건강과 관련해서도 식약청이 당연히 가져야할 의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은 또 터질 수 있다.

그러나 사건 전 식약청이 행한 일련의 조치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질 때 국민은 식약청의 입을 주시하고 신뢰하며 기다려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건만 터지면 국민들의 과도한 반응이 급상승해 결국 범 사회적인 공황상태를 유발했었다.

바라건데 식약청이 이번 기회를 다시한 번 변신의 기회로 삼아 무능한 전문가 집단이 아닌 사전에 예방하는 유능한 전문가 집단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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