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약 1위 기업인 동아제약이 자기회사의 약품을 처방해달라며 의사들에게 회식비 등의 천문학적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는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리베이트 제공 등 불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과징금 처분을 받은 동아제약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어서 동아제약의 도덕성이 또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국내제약 1위기업으로 오랫동안 군림하고 있는 동아제약이 이 정도니 다른 제약사들은 어떻겠는가. 어찌보면 약을 팔아 금자탑을 세운 동아제약의 1위라는 수식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1위를 지키기 위해 천문학적 액수의 리베이트를 퍼 부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즉 "국내 제약기업 1위"라는 숫자는 리베이트가 지켜주고 있는 오명의 타이틀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했다고 보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국내 제약사들의 자화상을 동아제약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마치 리베이트를 걷고 나면 한순간에 허물어질 것 같은 모래성 구조의 국내 제약사 현주소를 동아제약의 자화상이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동아제약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고객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사의 고객을 유인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동아제약이 그동안 리베이트를 퍼 붓기 위해 세운 판촉계획이나 뿌려댄 면면을 보면 "고객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표현은 우습기 그지없다.

이는 공정위 조사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동아제약은 랜딩비 명목의 현금 지원은 두고라도 그동안 수없이 문제가 돼 왔던 회식비, 골프접대비, 주유권에 이르는 그야말로 리베이트를 받는 쪽인 병원과 약국, 도매상 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돈을 퍼 부은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난 동아제약의 리비에트 규모를 보면 지난 2003년 1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자사의 판촉계획에 따라 현금, 회식비, 학회참석 경비 등 영업활동비로 864억원, 골프접대비 17억여원, 주유권, 기프트 카드 등 판촉비 454억원 등 무려 1,300억여원에 이르는 리베이트 성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고객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과 약국, 도매상 들에 경제억 이익을 제공하고, 국민에게는 쏟아 부은 리베이트 만큼 약값에다 덤테기를 씌워 큰 피해를 준 것이나 다름 없다. 즉 동아제약으로서는 천문학적 리베이트를 뿌리고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뿌려대는 현실에서 왜 동아제약만 문제를 삼느냐고 하겠지만, 동아제약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제약기업으로 모범을 보여야함은 물론 부정한 방법을 총 동원한 리베이트 제공을 근절하는데 어느 제약사보다 앞장서야 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국내 제약기업 1위의 타이틀을 유지했다면 그만큼 도덕적으로도 성숙해져 있어야 하는 것이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그런 동아제약이 1,300억여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리베이트를 뿌리고 그 댓가를 약값에다 붙여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냈다는 것은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것은 약값에 여전히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약협회가 지난 9월 청와대에 보낸 탄원서에 국내 제약시장에서 사실상 리베이트가 존재하고 이것이 약값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정부의 시각에 대해 “업계에서 공정거래 풍토정착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며 선처를 부탁한 것이나, 시민단체들이 제약업계의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 일정 부분 약값에 거품(20%)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연유에서다.

결국 이런 문제는 "약값이 조속히 인하돼야한다"는 여론에 밀려 국민건강보험의 약값 지불방식인 "실거래가상환제"의 개선 시급이라는 문제를 낳았고, 고질적인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성분명 처방"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까지 대두된 상태다.

공정위 김학현 공정경쟁국장은 실거래가상환제는 정부 고시가격으로 약값을 지불해 주던 종래 제도가 약값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도입됐지만 어차피 실거래가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약값을 깎을 유인이 없어서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실제 운영상황을 봐도 고시된 상한가격 대비 상환가격의 비율이 무려 99.6%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KDI연구를 인용해 “한국의 오리지널 약가 대비 복제약값의 비율이 0.86으로 미국 0.16, 영국 0.31, 일본·독일 0.33 등 선진국에 비해 복제약값 수준이 매우 높다”고 강조한바 있다.

올해 건강보험이 1,433억원(추정치)의 적자를 기록하고 올 연말이면 건강보험 누적수지가 지난해 8,951억원보다 줄어든 7,518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지만 정부의 보험약가정책이 이같은 적자규모를 줄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DI도 연구보고서를 통해 보험약가정책의 문제점으로 높은 복제약 가격 및 개별 실거래가 상환제 등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복제약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오리지널약 대비 80%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때문에 “영세성과 후진성을 극복하려는 유인이 미미해 보험약가정책은 제약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에는 이런 문제들이 모두 결집돼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약값을 대폭 인하하고, 성분명 처방을 도입해야한다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관련 제약사들의 자업자득이요, 국민적 요구에 의한 것이으로 판결날 날이 멀지않다.

굳이 이런 문제를 들추는 것은 제약 100년이라는 기간동안 글로벌 신약 하나 변변치 않은 국내제약산업의 현주소를 만든 것은 동아제약을 비롯한 메이저급의 제약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아제약 등이 엄청난 리베이트를 뿌려대는데 중소제약사들은 어떻겠는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하지 않으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그들 스스로가 만들었기 때문에 제약협회의 처방이 매번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조금 거술러 올라가면 알 수 있다. 제약협회는 지난 2002년 2월부터 의약품의 공정거래 풍토 정착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산하에 공정경쟁협의회와 전국에 6개의 공정경쟁실무위원회를 두고 회원사에서 6명의 감시인력까지 파견했다. 이는 병·의원에 금품을 지원하는 등 불공정 행위로 적발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업계 스스로 검은 거래를 차단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한 기구였다. 그러나 출범 수년째를 맞도록 제역할을 하지 못한체 구호만 요란했지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해버렸다.

급기야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동아제약 들 10여개 제약사가 병원과 약국, 도매상 등에 5,00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을 적발, 이들 제약사에 20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지 제약업계는 발칵뒤집혔다. 의약품의 공정거래 풍토 정착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제약협회 산하에 설치한 공정경쟁협의회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혼줄이난 제약협회는 지난해 5월 공정거래 자율준수를 선포하고 공정거래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당시 제약협회 임원사 50곳 중 34곳이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도입하며 불공정 거래차단에 나설 정도로 정열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이번 국감에서 유한양행의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동아제약이나 유한양행의 리비에트 제공 수법을 보면 하루 아침에 음성적 거래가 깨끗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병원과 약국, 도매상 들의 입맛이 현금, 회식비, 학회참석 경비, 항공권, 골프, 주유권, 기프트 카드, 임상실험 지원 등에 이르기 까지 폭넓게 마약처럼 번져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관계자들도 현실적으로 공정위에서 문제 삼은 학회 지원을 금지할 경우 제약사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지정기탁제 역시 현재 큰 테두리에서만 정해져 있을 뿐 세부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실효성은 없다고 말한다.

몰론 동아제약의 입장에서 보면 리베이트를 줄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당연히 모범을 보여야 하고 리베이트 근절에 누구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CP도입에 앞장 선 임원사이기에 앞서 제약 1위기업으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책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아제약은 물론 메이저 제약사들 모두는 복제약(제네릭) 시장이 불법 리베이트를 양산하는 진원지가 돼 정부의 포격을 받을 경우 공멸의 위험성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제네릭이 국내 제약시장의 약 70%(처방 기준)를 차지하고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의 제네릭이 많게는 100여 종까지 있기 때문에 영업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환경에 푸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업계 스스로가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약효가 사실상 동일한 제네릭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혼탁양상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1위 기업들이 이 정도다 보니 중소제약사들의 경우는 자사의 제네릭을 처방해주는 조건으로 첫 달에는 약품 채택비(랜딩비) 명목으로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이어 의사에게 제네릭 처방금액의 30∼40%를 매달 지급하는 것도 모자라, 3∼4개월 동안 처방한 금액의 100%를 약을 처방한 의사 몫으로 배정하는 조건까지 붙이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는 대형제약사도 별반 다를바 없는데 유한양행이 올해 초부터 영업사원들에게 매월 100만∼400만원씩 지급한 상여금이 일부 지역 지점에서 이를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병·의원 리베이트로 제공한 사례가 잘 입증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제약사의 리비에트 문제는 지난 제약 역사 100년간 끊임없이 대두된 문제다. 동아제약 등 굴지의 국내기업들이 앞장서 결자해지를 하지 않으면 달리 방벙이 없다.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동아제약이 국내 제약 1위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앞장서 주기를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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