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믿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숱한 식품관련 문제가 터질때 마다 "대책강구" "재발방지" "선조치" 등의 온갖 수식어를 남발해도 "잘하겠지"라며 식약청을 믿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식약청에 대한 이러한 국민적 배려는 물거품이 되다 못해 오히려 배신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식품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약청 직원들이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좀목고 있는 것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됐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한심한 일이다. 지난해 식약청 폐지론이 나왔을 때 국민들은 그래도 그동안 업무를 진행해 왔던 식약청이 낳지 않을까라며 음으로 양으로 지지를 보냈었다. 그런데 이게뭔가. 이런 국민의 기대를 깡그리 저버리듯 식약청 직원들이 식품업체들로부터 돈을 받는 대가로 부적합 수입식품을 적합 식품으로 둔갑시켜주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도덕적 해이가 땅에 떨어진 것은 고사하고 이런식으로 식약청이 운영되다가는 국민건강에 엄청난 재앙이 올 것 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식약청 관리체계가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음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 국감에서 나타난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업무 성격을 감안하면 직무유기며, 일부 직원들의 추잡한 행위는 분명히 범법행위다. 따라서 식약청은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일벌백계의 마음으로 이들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처벌을 진행해야한다.

직원들이 식품업체들로부터 돈을 받는 대가로 부적합 수입식품을 적합 식품으로 둔갑시켜준 사실은 식약청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실 식약청은 그동안 뇌물때문에 몇 번의 곤혹을 치뤘으며, 이를 근절하겠다며 직원들이 민원인을 직접 만나는 것 까지도 규제했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만을 두고 보더라도 규제는 허울좋은 립서비스에 불과했으며, 관리부제에 따른 범법 행위가 바이러스처럼 식약청 곳곳에 전이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비단 식품, 화장품, 제약 뿐만아니다. 지금까지 식약청이 진행해온 상당수의 정책들이 국민은 뒷전이고 업체봐주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해 11월19일 입법에고한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다.

이는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는 기존 "의료용물질생성기"를 "알칼리 이온수기"로 품목을 재분류 하고, 수소이온농도(pH)까지 "8.5초과"에서 "8.5∼10.0까지의 알칼리 이온수를 생성"으로 완화시켜 주었다.

이는 이온수기에서 생성되는 물은 강알칼리성이기 때문에 노인, 어린이, 환자나 일반인 등이 음용하면 제산제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가 돼 오히려 위장에 해를 끼치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은 "만성설사, 소화불량, 위장내 이상발효, 위산과다라는 문구까지 표기할 수 있도록 광고까지 허용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광고. 표시 시 의무표시 문구"다. 식약청은 업체들이 광고를 함에 있어 「이 제품은 “의료기기”이며 “사용상의 주의사항”과 “사용방법”을 잘 읽고 사용하십시요」라는 문구를 반드시 광고에 표시토록 했다. 그리고는 「활자크기 등 표시방법은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방법으로 표시」라며 그 권한을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로 넘겨주었다.

그러자 업체와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가 한 통속이 됐는지 당장 편법이 등장했다. 최근 신문지상에 등장한 이온수기 광고에는 "만성설사, 소화불량, 위장내 이상발효, 위산과다"는 대문짝만하게 표기하면서 정작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 제품은 “의료기기”이며 “사용상의 주의사항”과 “사용방법”을 잘 읽고 사용하십시요」라는 문구는 한쪽 구석에 깨알만하게 처리해버린 것이다.

이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다. "사용상의 주의사항"은 광고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으며, "광고. 표시 시 의무표시"에서 제외시켜 법적으로 게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것이 식약청이 국민의 건강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를 잘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온수기가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인 이상 오히려 위장 질환자 이외의 사람들은 음용하지 못하도록 관리를 강화해야하는 식약청이 이런 조치를 내렸으니 웃기는 일이 아닌가.

이온수기가 "pH 8.5"이하의 물을 생산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pH 8.5∼10.0까지의 알칼리 이온수를 생성하는 기구"의 의료기기로 규정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환경부로 넘겨 정수기로 허가받아 판매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함에도 식약청이 왜 이온수기를 의료기기로 관리하고 있는지 이 역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온수기의 사용목적은 위산의 중화에 사용하는 기구이지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처럼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한 음용수가 아니다. 따라서 "만성설사, 소화불량, 위장내 이상발효, 위산과다"라는 문구 표기에 앞서 "사용상의 주의사항"이 국민에게 더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 없다.

그것은 주의사항과 직결되는 것이 부작용 우려기 때문이다. 어쩌면 의료기기인 이온수기를 이용함에 있어 위증상개선 문구보다 "주의사항" 표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소비자인 국민들이 자신의 증상에 따라 이온수기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홍보하는 것이 식약청의 할 책무지 업계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 문제 역시 국민의 약 50% 정도가 정수기 등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국민건강을 위해 이번 국감에서 반드시 지적돼야 할 사항이다.

식약청의 엉터리는 상급 부처로서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도 책임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이런 문제와 관련한 조사를 벌여 식약청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만 한다. 그리고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 정신상태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멜라민 파동과 같은 사회적 혼란을 또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상태로 가면 식약청은 결국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아 식품업무는 농수산식품부로, 의약은 복지부로 이관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식약청 폐지" 의 소용돌이에 또 휘말리게 된다. 제발 정신 좀 차릴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국민들의 눈에는 식약청의 본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웬수처럼 보이다 못해 애처럽기 짝이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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