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검사 보다는 수입금지조치를 선행해야한다고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끝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러다 또 다시 식약청의 존폐여부가 거론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매년 발생하는 식품사고가 한 두 번이 아님에도 식약청의 대처는 여전히 "초기대응 미흡" "안전불감증"에 걸려 또 국민을 실망시켰다.

각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식약청을 비난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는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도 연일 식약청의 늑장대응과 뒷북관리를 질타하고 있다. 식약청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게됐다. 국민 보다는 업계의 편에서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수입 식품 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선 수입금지 후 조사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식약청은 조사대상 제품을 공개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야한다고 할 때 중국산 유제품 함유 식품이 집중적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민적 요구를 거절했다.

멜라민 분유로 인한 사망 사건이 처음 보도된 11일 식약청과 농수산식품부는 "해당 분유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중국에서 우유 성분이 들어간 초콜릿, 빵 등 가공식품 수입량이 308개 품목 1만3,574통에 달하는데도 분유는 식약청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등한시 하기까지 했다

급기야 이러한 식약청의 대응방식에 불만이 쏟아졌고 유제품 함유 가공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자 17일에야 겨우 검사에 착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식약청은 멜라민 검출 제품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는지 수입금지 조치를 미뤄오다 결국 25일 멜라민 검출 제품이 발견되자 부랴부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즉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작·수입된 국내 유명 제과업체의 쌀과자 등 2개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자 식약청이 뒤늣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2개 제품의 멜라닌 검출은 식약청이 중국산 유제품이 함유된 과자·빵·초콜릿·사탕 등 428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하던 중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에 검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제품에서 멜라민이 추가로 나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멜라민 관련 제품을 섭취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게 됐다.

식약청은 중국대사관 주재 식약관을 통해 멜라민 사건 언론 보도 시점인 12일보다 하루 먼저 알고도 초기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는 식약청이 관련 사건을 처음 인지한 시점인 11일과 각 지방청, 수입식품검사소, 검역소에 "수입식품 등 무작위 표본검사 강화 지시" 공문을 보낸 시점인 17일과는 일주일 정도의 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만 해도 중국에서 영아가 4명이나 사망하고 5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신장결석에 걸렸다는 사실에 연일 외신에서 보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식약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는지 "니소관 내소관"타령만 하고 있었다.

한술 더 떠 최초 공문에서 조사 대상을 "분유가 10% 이상 포함된 중국산 과자류, 빵류, 초콜릿류"로 한정했다가, 두 차례에 걸쳐 "중국산 분유가 포함된 모든 제품", "수입식품 검사강화 지시" 등으로 미적미적했다. 후속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 식약청과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간 MOU에 따르면 안전문제가 발생한 식품에 관해 수입 잠정중지 또는 검사강화가 필요할 경우 상호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조금만 심경을 썼으면 충분히 이번 문제를 이처럼 확산시키지 않을 수 있었다.

더욱이 식약청은 중국 업체들이 유제품과 동물 사료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식품에 멜라민을 첨가한다는 것을 알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멜라민이 들어간 중국산 사료 파동이 일었던 지난해 주중 한국대사관이 멜라민 식품의 한국 유입 가능성을 경고하는 공문을 식약청에 보냈으나 식약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대사관은 "멜라민이 들어간 사료가 확인됐으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추가 공문 발송에 이어, 중국 당국이 수출식품에 멜라닌 함유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한 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며 수입식품 관리에 주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세 번째로 보냈다.

그러나 식약청은 공문을 접수한 뒤 사료의 원료인 밀 글루텐 8개 제품을 대상으로 멜라민 함유 여부를 조사해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자 위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 웃기는 것은 이러한 공문이 식약청뿐 아니라 국무총리실, 외교통상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에 광범위하게 보고됐으나 어느 부처도 적절한 조치에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걱정이 크다. 428개 제품 가운데 124개 제품만 시험을 한 가운데 2개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고 따라서 나머지 304개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될 개연이 큰데다 식약청이 해당 제품의 생산량, 유통량 등을 파악해 피해 실태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했으나 수입량 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것은 분석시험을 거치기 전에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검토했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석기간 이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도 문제 제품을 먹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건당국과 국내 식품회사의 먹을거리에 대한 허술관 관리가 이번에 또 드러난 이상 식품안전 관리를 나눠 맡은 농림부와 식약청이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것도 안된다면 담당 부처를 일원화 해 식품안전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식약청은 이미 한차례 폐지의 선상에 올랐던 전례를 가지고있다. 당시도 이번 문제와 별반다를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산 식품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동안 무얼 하다가 이제야 중국산 수입식품에 대해 검사를 강화한다는 건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종 수입 식품 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선 수입금지 후 조사 원칙을 내세웠던 자신들의 말부터 지키기를 다시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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