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의 도마위에 오르는 자리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자리다. 그런데 이번에도 정형근 전 의원의 공단 이사장 임명을 놓고 또다시 낙하산 시비가 일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전형적인 "보은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공단 양대 노조라고 할 수 있는 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 등은 "최적의 대안"이 라는 입장이다.

둘다 맞는 말이다. 각자 보는 관점이 다른 시각차에서 비롯됐다고 볼 때 코드인사 및 낙하산 등의 주장이나, 적격인사 주장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것은 신임 정 이사장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분명한 것은 정 이사장은 공안 분야 전문가라는 것 때문에 시민단체들로부터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인사중 한명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갑자기 대북강경파에서 유화파로 돌아서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을 주도했다는 것 때문에 보수단체로부터 계란세례까지 받는 수모를 겪기도 한 인물이다. 어찌보면 이들 입장에서의 반대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가 정 이사장의 임명에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노조가 보이고 있는 대조적인 반응은 의외일 수밖에 없지만 직면한 현실타파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어떤 이유가 됐건 정부는 정 전 의원을 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문제는 과연 정 이사장이 낙하산 인사의 오명을 털고 건보공단을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단 이사장은 시간만 때우다 가는 자리가 아니다. 보험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공급자 및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필요한 중요한 요직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의료서비스산업화 정책으로 어느 때보다 독립성이 확보돼야 하는 자리 중 하나가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정 이사장의 점수는 후하게 받을 수 만은 없다. 일단 정치인으로서 한나라당 공천에서 낙천한 중진 의원이라는 점과, "장종호 버리기, 정형근 살리기" 라는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점, 실세 정치인들의 보은인사 등 어느것 하나도 피해갈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분명히 안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지난 정치 이력만을 본다면 공단 이사장 자격에는 미흡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4년 동안 보건복지상임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국민장기요양보험법안"을 발의하는 등 복지정책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던 인물이다.

또 그 스스로가 보건복지 전문지식 확보를 위해 서울대 및 연세대 보건대학원 최고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는 등 정책연구 활동을 꾸준히 수행 보건복지 분야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일부 국민들의 우려와 시민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 이사장 스스로가 직접 "내가 왜 공단 이사장이 되고자 하는가"의 소신을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그것은 낙하산 정치인을 떠나 공단의 현안문제 처리 능력,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공단 조직을 원활하게 이끌 확실한 리더십을 갖추었는지를 여타 후보와 비교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이사장 자리는 논란을 거듭하다 결국 6개월 가까이 공석인 상태로 지내왔다. 할일도 많지만 무엇보다 내부를 잘 추슬러야할 리더십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바라건데 정 이사장은 그동안 멍에처럼 붙어다니던 공안검사출신의 딱지를 떼고 "역시 정형근"이라는 국민적 박수를 받으려면 처음부터 올곧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구나" 하는 불명예를 남기면 결국 실패의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이 평생을 따라 다니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재삼 말하건데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는 정치 재기를 노리는 정거장도 아니며, 일정기간 쉬어가는 쉼터도 아니다.

어쩌면 정치인 정형근 보다 이사장 정형근으로서의 일이 일생에 가장 많이한 치적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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