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가 7일 보건복지가족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관광공사 및 36개 회원의료기관의 임직원 등 8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08년을 한국의료관광 도약의 해로 삼아 본격적으로 해외환자 유치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을 결의했다. 좋은 예기다. 의료시장의 국제화가 최근 의료산업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락 볼 때 늦은 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의료기관에서 치료비로 지출한 돈은 연간 1억 달러에 달하고, 암 치료는 미국의 ○○병원"이라고 할 만큼 여유 있는 계층의 해외진료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현실을 놓고 볼 때 적어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진료비의 절반이라도 끌어 들여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런 희망의 메세지 뒤에 현실적 우려가 있다. 해외 환자 유치정책과 연관된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 등으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료기관들의 해외 환자 유치 준비 부족은 한번 찾아온 환자들이 다시 찾지않는 재현성의 무결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ㆍ국회ㆍ의료계 모두는 해외 환자 유치라는 변죽에 놀아나기 전에 선진의료에 버금가는 시설과 서비스, 의사의 질적 수준, 의료 환경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면밀한 검토부터 우선해야 한다.

단순 수치만으로 해외환잩유치에 열을 올린다면 결국 그 사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적극적인 해외 환자 유치로 의료 관광 활성화 및 의료산업 선진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2월 정기국회에서 해외 환자 유치 활성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전부개정안 심의를 또다시 연기해 이 법안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임을 감안할 때 국회의 관심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반증이다. 물론 복지부가 올해 해외환자 유치·알선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욕심은 부리고 있지만 국회 사정이 만만찮다.

우리는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가 지난해 1만6,000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했다고는 주장하고 올해는 이에 몇배의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을 안다. 문제는 지난해 국내에 들어와 치료받은 환자 대부분이 해외 교포들이라는 사실이다. 혹자는 교포가 됐건 외국인이 됐건 국내에 들어와 치료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겠지만 여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현재 해외 교포의 경우 지역 평균 건강보험료 1개월치를 낼 경우 내국인과 똑같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내국인의 경우는 건강보험제정 때문에 의료기관을 이용하건 안하건 매달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비해 교포들은 필요할 때만 국내에 들어와 1개월치 건강보험료만 내고 국내 의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임승차 특혜"를 누린다는 지적이 있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 2명 중 1명은 국내 병원에 비해 높은 진료비를 감수하고도 외국 병원을 이용하길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 의료산업연구원(원장 정기택 교수)이 최근 전국 성인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장 개방이 되면 외국 병원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59.8%에 달했다.

이유로는 "국내에서 제공받기 힘든 첨단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최첨단 의료시설과 친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라는 답변도 20%에 달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국내서는 최첨단 의료시설과 친절한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3시간 대기 3분진료라는 의료환경은 물론이고, 권위적인 의료 서비스 행태는 여전히 의료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해마다 해외진료를 위해 국내를 떠나는 환자의 수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병원이 탄생한다면,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해외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불편함을 더는 것은 물론 천문학적 규모의 국부유출을 막고 외화획득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해외환자 유치에 앞서 가장 먼저 자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이 외면하는 의료기관을 외국인들이 찾게 하려면 외국의 이름난 병원을 능가하지믄 못하더라도 그 수준에 까지는 도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미용성형, 피부과, 치과, 건강검진 등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해와에서 환자만 끌어 온다고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국내 의료를 체험하고 돌아갈 때 웃음을 짖도록 해야하며 다시 오고 싶은 한국의료, 남에서 권할 수 있는 한국의료의 이미지를 심지 않으면 이 역시 일화용으로 전락하고 만다.

모처럼 정부ㆍ국회ㆍ의료계가 뜻을 모아 올해를 한국의료관광 도약의 해로 정했으니 환자의 입장에서 한국의료를 바라보고 다시 찾고자 하는 치료의 재현성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해 모순이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빠른 시일내 수술을 단행하기를 당부한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