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력한 법안이 있고 제도가 뒷받침이 되어도 돈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구린내가 있기 마련이다. 또 법과 제도를 뜯어 고치면 그에 앞서 범행수법 또한 양적이나 질적으로 고차원화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의 해결은 집중적인 단속이나 자정 노력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허위청구기관 실명공개 관련 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서울시의사회, 각 시도의사회 등이 일제히 반대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법안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결의하는 등 반대가 심하다.

그러나 복지부는 "부당청구를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허위청구기관의 명단 공개 법안은 반드시 처리되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분명히 법이 있고 처벌 조항도 있다. 그럼에도 허위청구는 연일 기승을 부린다. 정부로서는 이의 차단을 위해 온갖 방법을 다 강구해 본 나머지 최후의 수단으로 이같은 방법을 도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한다. 허위청구를 하는 기관의 실명을 공개 함으로써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파탄을 경험한 정부로서는 보험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는 이 보다 더 짜릿한 방법이 있다면 바로 도입해서라도 허위청구를 막고 싶은 심정임에는 다름 없다.

따지고 보면 허위청구는 명백한 법법행위다. 이런 법법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행하고있는 의료기관들이 왜 실명공개를 꺼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허위청구는 단순 범법 행위를 벗어나 국민의 혈세와 건강권을 좀 먹는 치졸한 행위다.

국민의 입장에서 고려한다면 요양기관의 악의적인 허위청구는 당연히 공표라는 제도를 통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 허위청구를 한 요양기관은 계속해서 행위를 반복할 수 없게된다고 본다.

사실 작금의 실례에서 알 수 있듯 의료계는 할말이 없어야 한다. 흔한말로 집안단속도 제대로 못하면서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머리수를 앞세워 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사회지도층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억울한 의료기관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허위청구를 한 의료기관을 공표하면 흑과 백이 확실히 구분된다. 따지고 본다면 자정의 차원에서 의료계도 문제가 있는 의료기관의 공개를 촉구해야한다. 문제가 있는 의료기관들이 전체 의료기관을 도매금으로 욕먹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말이다.특히 이런 행위가 이해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면 여론의 뭇매도 맞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건강보험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병ㆍ의원이 부실한 건강검진을 실시하거나 건강검진을 받은 것처럼 허위로 꾸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비용을 청구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3년간( 2004년~2007년 6월말까지)10만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2005년부터 2007년 8월말까지 산재 지정의료기관 563곳을 표본 실사한 결과에서는 98.6%인 555개 병·의원이 진료비 등을 허위 또는 과잉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전국의 상당수 병·의원과 약국이 빈곤층인 의료급여 수급자를 진료하면서 허위 진료비 청구 등을 통해 부당하게 진료비를 챙겨오다 당국에 적발됐다는 것이며, 진료비 부당청구 문제는 사립보다 국·공립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뿐만아니다. 병·의원과 약국 등이 이와같은 방법 등으로 허위 또는 부당하게 챙긴 금액이 년간 35억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병·의원과 치과, 한의원, 약국 등 의료급여기관 10곳 중 7곳(2006년 262개 의료급여기관 현지조사 결과 전체의 71%인 186개 기관이 의료급여법령을 위반)이 이같은 허위·부당청구를 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두고 볼 때 어느 누구도 이들의 행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급기야 복지부는 내부고발자 포상금지급, 행정처분 강화, 허위 부당청구 1,000만원 이상 형사고발이라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지만 역시 쇠귀에 경 읽기 수준이다. 최근에는 진료비를 허위 청구하는 수법으로 거액을 가로챈 의사와 그 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제는 그 가족들까지 범죄의 늪으로 유인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두고 볼 때 우리는 먼저 의료계의 반성과 자정노력이 우선돼야한다고 본다.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한데 이를 방지하려는 법까지 근본적으로 차단하려고 나서는 것은 옳지않다. 최소한의 예의와 양심이 있다면 먼저 국민에게 잘못했음을 시인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은 완전 차단에 앞서 일부 나타날 문제점에 대해서만 시정조치를 요구하면 된다. 의료계가 형법상 살인 등의 중범죄자의 경우에도 실명이 공개되지 않는데 의료인만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사법 살인이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와는 반대로 성폭행이 사회문제가 되자 결국 성폭행범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복지부가 인지해야할 사항도 있다. 고의로 허위청구한 사실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일부 직원의 실수로 인해 허위청구가 될 경우는 병원 전체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제도 마련도 전제돼야 한다.

또한 공표제도는 요양기관에 미치는 불이익이 클 수 있으므로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사전권리구제절차 규정 등의 보완이 필요하고 공표 여부 심의를 위한 위원회 설치 및 운영과, 소명기회를 부여하는 조치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지금도 건강보험법에 의한 행정처분에 따라 부당이익금 외 5배의 과징금을 납부하고 있고 또 의료급여법에 의한 행정처분과 함께 의료법에 의한 자격·면허정지처분 등 다양한 처벌이 있다.

마치 허위청구한 사실이 있는 의료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면 안하겠지 하는 생각은 오산이다. 그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해 억울한 사람, 억울한 의료급여기관이 없도록 최선의 안정장치를 해야한다.

이런 와중에 또한가지 우려스런 것은 이를 막기위한 정치력발휘라는 사실이다.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회장이 지난 22일 열린 대전광역시 정기 대의원총회에 “4월 총선은 정관계에 의료계 결집력과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며 하나된 의료계가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익단체가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자신들의 허물까지 덮기위해 정치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또다른 폐해를 낳기 마련이다.

국민들은 답답하다. 한쪽에선 건강보험의 파탄을 우려하고 있는데, 한쪽에선 곶감 빼먹듯 허위부당청구로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있으니 말이다. 제발 의료계는 의사를 탄압하는 정책이 기승을 부리기 전에 자신들의 과오를 곡 한번 되돌아 보기를 촉구한다.

자신의 대들보 같은 허물은 보지않고 남의 눈에 티만 나무라는 역겨운 행위를 언제까지 봐야할지 답답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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