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네일리 크루스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을 향해 "특허는 보장돼야 하지만, 국민들의 건강과 경제에 필수적인 약의 출시 등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한 말을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반드시 머리속에 각인시켜야 한다.

특허 관련 소송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세계적인 신약을 갖지 못하는 이상 제네릭 일색의 국내제약시장 형편에서는 항상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특허 소송은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 이유는 신약 출시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특허 소송은 늘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신약출시가 줄어들면 글로벌제약사들이 특허권 등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고 소송을 남발해 경쟁사(제네릭 개발사)의 시장진입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쓸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항혈전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 황산수소염) 특허무효 판결을 보면서 다국적사들이 특허연장 방법으로 주로 활용하는 "에버그리닝" 전략이 승패와 관계없이 실행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사는 이미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상황이지만 이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할 뜻임을 밝히고 있다. 어찌보면 비록 패소 하더라도 끝가지 시간을 벌어 후속 약이 시장에 나올때까지 시장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아벤티스사가 후속약물인 "플라빅스"와 "아스피린" 복합제를 1~2년 새 발매할 예정인 점을 감안할 때 제네릭에 뺏긴 시장을 상당부분 보충하기 위한 연장선상에서 이번 소송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그동안 물질특허 등록이후 "이성질체", "염", "제형·제법" 등에 대한 특허를 순차적으로 획득하면서 신약의 특허를 연장시켜왔음을 인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16일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막거나 교묘한 수법으로 복제약 출시를 막는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세계 3대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프랑스 사노피아벤티스를 비롯한 약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고 관련 제약사들도 최근 조사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조사에서 값비싼 약을 팔아먹기 위해 각종 담합을 일삼아 왔으며, 신약의 특허기간이 끝난 뒤에도 제조정보를 이용해 같은 효능의 값싼 복제약을 출시하는 것을 늦추게 만들었다. 또 특정 의약품에 여러가지 특허를 신청하거나, 특정약을 조금씩 바꿔 시장 독점을 유지하는 등의 방법을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약사들이 담합 등을 통해 기존 약품을 계속 고가에 팔아, 환자들이 값싼 약을 이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치료제가 있는데도 공급받지 못해 죽어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지키기 위해 이같은 일을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1위 처방 의약품들은 물론이고 시장 규모가 어느정도 형성 된 의약품의 경우는 특허를 둘러싸고 제네릭 개발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소송에서 패할 경우 품목허가 취소에다,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위험부담 때문에 제네릭 개발사들은 약을 개발하고도 마케팅에 전력하지 못하는 실정에 처하고 만다

물론 정부가 한미FTA를 대비해 관련 특허정보 및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공급하겠다고 밝혀 현재 보다는 어려움이 많이 해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문제를 관련 제약사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이와 병행해 값싼 복제약 출시가 늦어진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필요하면 조처를 취해주어야 이런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참에 다국적 제약사들도 교묘한 수법으로 복제약 출시를 막는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면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특허권 등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고 소송을 남발해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막는 것은 공정경쟁이 될 수 없다. 정부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과를 눈여겨 보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행 할 것을 당부한다.

의약품으로 인한 보건주권의 식민화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그들에게 맡기는 불행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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