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와 관련된 정책만 내놓으면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머리를 맞대고 앉아 토론을 벌이기보다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형태의 궐기대회식 반대가 이제는 일상처럼 돼버린 느낌이다.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일도 자주 접하다보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의사들을 장사꾼으로 내몰고 있는 병원구조와 정부제도는 결국 현재의 문제점을 수술하지 못하면 후일 삽으로 막을 것을 포크레인으로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이런 사소한 문제들일지라도 오랫동안 모이면 결국 의료체계는 물론이고 의료 인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국민 전체의 피해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론하기 우스운 문제지만 요즘 의사들의 처지는 보험설계사들이, 아니면 기업의 영업사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성적을 그래프로 나타내는 이른바 "막대그래프 환자진료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훨씬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하는 현실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다른 의료기관의 의사들보다 탁월한 실력을 발휘해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해야하는 중압감까지 가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국내 의료의 전체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혁신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별다른 방법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것은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의사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족쇄는 의료기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마당에서 우리는 두 가지 정도를 당부하고자한다.

첫째는 국민연금, 건강보험도 중요하지만 이명박 정부 하에서 반드시 해결해줘야 할 것 중 하나가 의료 3D현상을 해소 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의료 인력의 불균형 현상은 의료계 내부에서는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의사들 스스로가 송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택하는 방어책일 수도 있고, 돈 안되는 과 보다는 돈 되는 과를, 또 어려운 과보다는 쉬운 과를 선호하는 자본주의 논리가 의사들에게도 깊숙이 파고들었다고는 볼 수 있겠지만 이 모두가 급격한 제도 변경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본다.

이는 2008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은 물론 대부분의 병원들에서 외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 잘 입증하고 있다.
더 오래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여차하면 외국에서 의사들을 데려오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의사로 가는 수련조직에서부터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남의일 보듯 해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는 정부가 건강보험증 도용을 막는다는 취지로 수진자 본인 확인을 요양기관에 넘기겠다는 것은 환자와 의사간의 상호 신뢰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

정부야 요양기관에서 확인하면 되지 의사가 할 일이 아니잖아 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전 국민 건강보험실시를 하고 있는 마당에 수진자 본인 확인을 하게 되면 현재의 3시간대기 3분 진료는 6시간대기 2분 진료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다. 현재의 의료기관 구조로 볼 때 확인 절차의 일부 의무가 의사에게 넘어가 의사가 진료를 함에 있어 환자의 인권적 측면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수진자 본인확인 업무는 보험자(공단)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몫이며 정부가 수진자 확인에 대한 책임을 의료계에 부과하려는 것은 명백한 행정편의로 볼 수 있다.

요양기관의 수진자 본인확인 의무를 요양기관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이 논리는 요양기관에서의 수진자 확인을 통해 건보료 체납자에 한해서는 요양급여 신청을 금지함으로써 부당이득금 발생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일 것이다.

우리는 일선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보아왔다. 보라매 병원 사태, 카톨릭 성모병원 사태 등을 보면서 진짜 양심 있는 진료를 할 수 없는 제도적 문제가 오늘날 의사들의 방어 진료와 의료 3D현상으로 인한 의료 인력의 불균형을 고착화 시키고 있다고 본다.

고의가 아니라면 법적 문제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혜택을 의사들에게 부여해야한다. 방어 진료와 의료 3D현상은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미 의사와 환자간의 내적 신뢰는 제도적 모순으로 많이 퇴보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상호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정한 히포그라테스 정신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는 이 점을 꼭 상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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