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발표를 앞두고 제약협회가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며 선처를 부탁한지 하루도 안돼 "9.30 전국약사대회"에 제약협회 명의의 후원금 지급 결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부금 중단 공개 선언을 한 협회가 스스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통 전국약사대회의 경우 약 3억원의 행사비를 제약사들이 지원했었다. 이 때문에 관련 제약사가 알려지면 다른 제약사들로부터 마치 약사들로부터 큰 혜택을 받는 것으로 소문나 협찬금 부담 보다는 뒷 예기에 더 신경을 기우려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공정위의 리베이트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인데다 제약협회가 공정거래자율경쟁프로그램(CP) 도입을 선포하고, 기부금 중단을 선언한 상태여서 이많은 돈을 선듯 내놓기가 어럽게됐다.

이런 탓인지 지난 2004년 전국약사대회 당시 3억원의 행사비를 지원했던 해당 제약사가 "협찬할수 없다"는 입장을 최종통보함으로써 행사자체가 차질을 빗게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협회는 이번 전국약사대회에 제약협회 명의로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약사회에 지급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제약회사 100곳 정도가 행사당일 전시부스에 참여해 2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충당하는데 제약협회가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만류해야할 협회가 먼저 앞장서 이런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결국 약사회의 요구에 무릎꿇고 공정거래자율경쟁프로그램을 반대로 되돌리고 있다는 잡음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초 지원키로 했던 제약사 조차 지원 불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제약협회의 이같은 방침은 제약회사들이 협찬금에 부담을 느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개별 회사보다는 협회 명의로 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나물에 그밥"이다.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또는 의사협회나 약사회 등에서 일방적인 협찬금을 요구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밝힌바 있다. 물론 절차를 거쳐 협찬금을 받는 경우는 정상적인 관행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약협회 명의로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약사회에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더욱이 이번에 지원되는 협찬금 1억5,000만원은 협회 재정이 아닌 제약회사들이 갹출하는 방향으로 잠정 결정했다면, 이는 결국 제약사 돈이 협회를 거쳐가는 절차만 거친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약단체들이 각종 행사때마다 자의반 타의반 식으로 제약사의 협찬금을 받아온게 관행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문제는 아무리 순수한 찬조라고 하더라도 이번 찬조가 선례가 되면 결국 뒤이어 이어질 수 있는 많은 행사에 제약협회가 앞서고 제약사가 돈을 공급하는 웃지못할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게 돼 있다.

이미 10월20일 예정된 서울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의 공동 학술제, 2008년 예정된 의사단체의 100주년행사 등 의약단체의 행사에도 손을 벌리면 제약협회는 꼼짝못하고 이번과 같은 행동을 해야 할 처지다. 그동안 선례를 본다면 제약사들이 돌아오는 인센티브 없이 거액을 순순히 내놓기는 만무하다. 즉 얻을 것이 있으니 찬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제약협회가 모를리 없다. 만약 모른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요, 공정거래자율경쟁프로그램 도입을 선포하고, 기부금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의지를 스스로의 부정하는 것이 된다.

사실 해당 제약사의 찬조금 지원 불가가 나왔을 때 약사 사회에서도 자비로 약사대회를 치루자는 바람이 일었는가 하면, 필요한 행사라면 6억원의 예산을 전부 회원들로부터 받아서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또 약사회도 제약업계의 협조가 어려울 경우 자체 예산이라도 투입해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제약협회가 이번 대회를 후원하겠다면 제약사로부터 거두어들인 돈이 아닌 협회비로 충당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공정위가 말하는 "협조차원의 협찬금 요구"를 정당화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만에 조성되고 있는 제약협회의 리베이트 척결 및 기부금 중단 의지를 보면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그러나 그런 의지가 몇일도 안돼 벌써 이런 식으로 퇴색된다면 결국 그 부메랑은 제약사로 돌아가 또다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는 결과로 귀결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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