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놓고 의-약간, 의-정간, 의-국립의료원간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 의사협회는 반대입장을, 약사회와 일부 시민단체는 찬성입장을 보이는 등 직역간에도 한치의 양보가 없다.

예정대로 시행하면 의료계는 휴진 등으로 맞서겠다고 공표한 상태며, 약사회는 정부 방침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정면충돌도 불사할 태세다.

모두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서로 자신들의 논리가 맞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국민위에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가 먼저인것 같아 씁쓰레하다. 만약 정부가 발표한대로 그 목적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의 절감"이라면 시범사업은 당연히 해봐야 한다.

그러나 다른 속셈이 있다면 분명히 재고해야한다. 이는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의사에서 약사로 옮겨갈 뿐 의약품 가격인하의 효과는 거두지 못해 결국 정부 계획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존심 싸움이 돼서도 안된다. 처방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큰소리 칠수 있다는 전근대적 발상을 앞세운다면 이 역시 리베이트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의-약사간에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것일까.

양측 모두는 앞다투어 국민의 건강을 앞세우고 있다. 논리로 보면 맞는 말이지만 떼어놓고 보면 모두 국민에게 해악만 끼칠 뿐이다. 의사의 말대로 하지않아도 문제며, 약사의 말대로 추진해도 문제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답이없는 형국이다.

솔로몬이 아니라면 해결할 방법도 없다. 결국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해보는 수 밖에 없다. 그 결과를 놓고 어느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또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중단할 것인지를 판단하면 된다.

몰론 의료계측에서 본다면 "시범사업=전면시행"이다. 따라서 시범사업 자체부터 안된다는 주장을 펼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 문제는 논리로만 풀수는 없다. 어떤 결과를 놓고 따져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누가 거짓 주장을 했는지 또 무엇 때문에 그런 주장을 펼쳤는지 판단이 가능하다.

이번 시범사업은 성분명처방제도 도입의 객관적 평가에 앞서 제약사가 갖다 바치던 천문학적인 리베이트를 말끔히 근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제약협회 등이 자정운동을 펼치고 있는데다 공정위 등도 이참에 뿌리를 뽑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리베이트를 주지않고도 양심적이고 정상적인 공급과 처방이 가능한지를 타진해 볼 필요성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국립의료원 강재규 원장이 시범사업이 "성분명처방 제도의 장단점 및 실효성을 검토해 제도도입 방향과 수용 여건 등을 알아보고자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파이롯 스터디(Pilot Study) 성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바로 이것에 대해 의사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경실련의 주장대로 약가의 산정기준을 제네릭이 출시된 오리지널 약의 약가를 복제약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의 합리적 약가조정과 함께 동일 성분일 경우 보험 적용되는 값싼 약을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특히 이번 시범사업에서 성분명처방의 대상이 되는 20개 성분 가운데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친 약품이 단 3개 성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머지 약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명쾌하게 설명돼야한다.

그렇지 않고는 의-약간 접전으로 결국 "성분명처방"을 통해 얻고자하는 목표는 이루지 못하고 자칫 직역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끝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시범사업을 날짜에 쫒겨 강행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도출된 다양한 문제점 및 지적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한후 보완대책을 충분히 찾은 후 시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약제비 절감 방안은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약사를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제발 또다시 시범사업으로 인해 의료대란 등 국민불편 사항이 현실로 찾아와 국민이 의사도, 약사도, 정부도 믿지 못하는 그야말로 총제척 불신때문에 뭔가 속고 있다는 속앓이를 해야하는 슬픔에 빠지지 않게 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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