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의 거품이 끼어 있는 약값의 인하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악어와 악어새 같은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또 다른 편법이 힝행할 것인가.

제약업계가 병원과 의학회에 제공해 오던 이른바 리베이트 지원을 중단하기로 선언하자 "잘하고 있다"는 평가보다는 "잘 될까"라는 의문이 곳곳서 감지되고 있다.

제약협회의 이러한 조처는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9월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효과면에서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협회야 제약업체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제약사들은 과연 기존의 관례를 깨고 원칙대로 영업을 해서 현재의 매출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염려부터 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전문의약품의 경우 병원들이 그 약을 쓰느냐,또 의사가 그 약을 처방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기 때문에 제약사 경영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53개 제약사가 CP도입을 선포하고 공정경쟁연합회와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한 후 8월 현재 이중 24개 제약사는 아직까지 CP도입과 관련 컨설팅을 비롯해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 잘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고 건전한 유통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해 의약품 유통정보 일원화 추진 배경으로 “그동안 제약사가 랜딩비(최초로 의약품을 병·의원 등에 납품할 때 제공하는 채택료) 명목으로 음성적으로 받는 등 리베이트 비용을 근절하기위해 다양한 대책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어쩌면 제약업계와 의료-병원계가 이번 기회를 양심적으로 받아들여 근절에 힘쓴다면 국민에게도 큰 덕이된다. 리베이트가 대폭 근절된다면 이는 곧 약값에 덤으로 씌어진 거품이 빠지게되고 결국 약값 인하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병원-의료계도 제약업계와 보조를 맞춰 리베이트가 근절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끝장을 내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리베이트 제공 중단 선언을 계기로 형성되고 있는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예단컨데 의약계의 리베이트 수수가 더 음성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됐지만 그에 앞서 수법들은 더 지능화 더 음성적으로 변홰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알려진 서실들만 보자. 병원의 처방과 연계해 의사에 대한 골프 등 향응 제공, 학회를 통한 의사지원, 기부금 제공, 연구개발비 지원 등이 있다.

또한 의료보험 수가와 연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해 놓고 준수를 강요해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재판매 가격유지행위"와 경쟁사업자 배제, 신규진입 방해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도 있다.

최근에는 고액의 주유권이나 백화점, 농산물 상품권을 제공하는 한편, 학회나 대학병원에서는 의사들이 학회 세미나 참석을 위해 해외로 출장할 때도 제약사로부터 비용을 받는 등 다양한 방식의 리베이트가 만연해 있다.

이밖에도 제약사가 신제품을 출시해 그 처방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는 PMS(Post Marketing Surveillance, 임상 시판 후 조사)에 따른 연구비도 의사와 제약사간 "합법적 리베이트"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리베이트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심지어는 이렇게 거둬들인 리베이트를 관리하면서 사무실 비용, 경조사비, 장학금, 회식비 등에도 사용한다고 하니 이게 하루아침에 말끔히 근절될 것 같지는 않다.

처벌이 강화된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돈을 건네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마음을 달리 먹지 않으면 결국 이로인한 범법자만 양산하는 꼴이된다.

바라건데 제약사들의 CP도입이 일회성이 아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촉매제가 돼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제어하는 효과에서 발생하는 약재비 절감이 바로 국민의 약값에서 거품을 빼는 결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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