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독거노인 등 보호자가 없는 경우 수술동의서 미제출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은 1년 이하의 징역 등 처벌을 받게 된다는 공문을 전국 의료기관에 통보했다.

그러자 의사들이 수술동의서 없이 수술을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해당 병·의원에서 짊어져야 한다며 반색이다.

특히 의식불명 등으로 인해 환자 본인의 수술동의서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수술의 경우는 상황에 따라 논란이 발생할 것이고 그 책임 또한 의사들에 전가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들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의식도 없고, 보호자도 없는 경우 수술동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수술을 미룰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참으로 우스운 꼴이다. 의사는 당연히 촌각을 다투는 환자에 대해서는 수술 동의서에 앞서 일단 생명을 살리는 것에 먼저 비중을 둬야한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일에 의사들이 이 처럼 우려부터 표명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의 각종 의료사고의 상당수가 의사에게 책임이 전가됐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술 동의서를 받고 충분한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여 환자가 사망에 이를 경우 의료사고의 해법은 달라진다. 담당 의사는 법적시비와 함께 유가족들로부터 엄청난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더욱이 병원까지 같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의사들이 방어진료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가운데 이런 우려까지 한다는 것은 법의 모호성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1995년 5월 말 발생한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의료사고를 들수 있다. 이 사건은 의료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에게 병원이 보상을 했더라도 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된 당시 생존기간 예측이 잘못됐다면 추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의료사고는 제왕절개술로 출산하다가 경련과 발작이 생기는 "자간증"이 일어났지만 적절한 분만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병원 측 과실로 인해 결국 대뇌피질 기능이 사라져 의식 없이 대사(代謝) 기능만 하는 "식물인간"이 됐다.

이 사건과 관련 1ㆍ2심 법원은 “병원 측에 70%의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려 3억1,000여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 환자의 신체를 감정했던 의료진은 “합병증 등에 의해 수명 단축이 예상되고, 향후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기간은 10년 정도”라는 회신을 재판부에 냈고 법원은 이를 토대로 환자의 기대 여명(餘命ㆍ향후 생존할 수 있는 연수)을 "1996년부터 10년"으로 판단해 손해액을 산정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이후 비록 식물인간 상태이기는 하지만 조금씩 신체 기능이 호전돼 간단한 관절운동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이 환자가 입원한 병원은 당초 예측보다 15년 정도 더 생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환자 가족은 향후 치료비와 검사비 등을 가해병원 측이 더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안승국)는 이 환자가 보라매병원 위탁 경영기관인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9,000여만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생존을 조건으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매달 172만여원을 주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비단 이 뿐만은 아니다. 의료사고가 예전처럼 전적으로 환자 보호자등이 입증하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의사들이 의료사고가 아니라는 입즐 또한 해야하다보니 당연히 사소한 우려도 걱정을 아니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법적분쟁으로까지 치닫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욱이 법적 공방을 계속하고 판결이 1심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항소가 이어지면 의사와 환자 모두 고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의료사고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1999년 271건에서 2005년 1,093건으로 7년 동안 4배 정도 급증했다.

국회 추산자료에 따르면 병원감염 등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환자는 연간 4,700-1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연간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의료사고의 범주에서 의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정색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실 의사가 환자를 고의적으로 죽게하거나 의료사고를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환자의 생명을 담보하는 의사들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문제에서 모든 책임을 해당 병·의원에서 짊어져야 한다는 우려부터 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는 환자의 생명에 앞서 뒤에 벌어질 문제에 더 큰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그냥묵과 해서는 안된다. 결국 방어진료는 환자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하루빨리 고의적 의료사고 유발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들이 자유롭게 양심에 따라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은 법만 앞세워 의사들의 진료환경을 쪼이는 당국부터 변해야 한다. 보호자 없는 환자의 수술동의서 작성을 이유로 수술이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되는 이유가 뭔지 알았다면 그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이 선순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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