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제37대 회장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회장 및 수석부회장 후보들의 표심잡기가 단순한 정책 대안에서 상대 후보의 정책 모순을 지적하는 구체적인 전략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14일 오후 8시 30분경 한의협 강당에서 열린 1권역 "합동정책발표회"는 종전의 정책 발표회와는 달리 후보 간 정책모순점 지적과 함께 대의원들의 질문 또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정책발표회는 그동안 줄곧 2번째 연설을 했던 엄종희 후보가 1번을 선택했고, 공약을 중심으로 지난 8개월간의 회무전반을 설명하는 등 각종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김현수 후보는 오랫만에 두번째 연설 순서가 되자 엄 후보의 발표내용 중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등 정책 선명성을 부각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의원들의 질의도 선관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하던 방식에서 대의원과 회원들이 직접 후보를 상대로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돼 보다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엄 후보는 “지난 8개월간 4차례에 걸쳐 지역별 정책토론회를 통해 한의계 여론을 수렴하면서 한일과 할일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졌다”면서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간담회를 갖고 한의학발전에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것, 침구사법 입법발의 강력저지, 한약간독성문제 등에 대한 보도 등 저지, 약대6년제 후속조치로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계획 도출 등 향후 20년을 준비하는 정책을 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엄 후보는 또 “열심히하다보니 희망이 보였다"면서 "지도자의 자괴감은 전염병처럼 급속히 퍼져나갈 수 있다”며 한의계가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엄 후보는 “한방보험개선과 대국민홍보 활성화, 전문의ㆍ인정의 제도의 개선 및 시행, 돌팔이(부정의료행위)척결에 주력하겠다”며 “지난 8개월은 향후 2년간 일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언론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우군화에 힘썼다”고 말했다.

엄 후보는 “직선제를 실시하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에 주력해온 만큼 "드림팀"을 구성하겠다”면서 “(그러나) 승리를 구걸하지는 않겠다. 대의원들의 관심을 바랄뿐”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숙영 수석부회장후보는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세력이 많다. 이는 곧 우리가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이라며 “(한의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국민에 당당한 한의사가 될 것이고, 세계를 향해서도 당당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또 “행복한 한의사가 되는 것은 성취감 때문만은 아니다. 경영상의 문제도 중요하다”며 “무궁무진한 자산을 가진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강조, 대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두 번째로 나선 김현수 후보는 작심한 듯 “8개월이 짧아 일하지 못했다면 2년은 또 얼마나 긴 세월이냐”고 초반부터 엄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후보는 “국회에서 김춘진 의원이 침구사를 의료기사로 양성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금)국회에는 한의사가 한명도 없다. 이강두 의원은 한약업사를 "전통한약사"로 바꿔 이들에게 한약조제권을 부여하려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협회는 외줄타기 국회업무로 한의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린 발로 뛰어야 한다”고 주장, 한의협의 대국회업무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또 엄후보 발표와 관련 “신의료기술관련법안이 완전히 해결된 것이냐”면서 “위원회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한방의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후보는 “정부가 국립대한의대 3곳을 신설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이렇게 되면 1년에 정원이 120명이 늘어나 졸업생 1,000명 시대가 도래한다”고 지적,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수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어 "한약재안정성 홍보 전략이 잘못됐다"면서 "이는 정부에 (한약재안전) 체계를 갖춰줄 것을 요구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특히 감기치료 등 우수한 한방처방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전문의문제와 관련해선 "시행규칙하나도 못 바꾸는데 의료법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면서 일선한의사를 위해 경과조치의 즉각 시행을 촉구했다.

김태희 수석부회장후보는 “회장과 수석부회장은 업무를 분담, 수석부회장은 회원교육에 주력하겠다”며 “젊은 회원들은 돌팔이 침구사들에게 침술을 배우는데 500만원씩을 들인다. 10년 후 개원의가 2배로 증가한다”고 강조, 일선한의사들의 경쟁력 향상을 화두로 꼽았다.

그는 또 이날 정책발표에서 파워포인트를 사용과 정책홍보룰 검인을 받으려다 선관위로 부터 제지당한것과 관련 "선관위가 업무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홍보물에 직인날인을 거부한 것을 지적하면서 “선거를 통해 양측이 괴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초 후보에 대한 공통질문 2가지씩을 선별 질의 하기로 했으나 질의가 없어 취소되고 후보와 대의원간의 즉석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후보와 대의원간의 일문일답(2가지 질문 답변)에선 "감기포스터"가 의사들을 자극해 한의사들의 경제적 손실이 컸다. 한ㆍ양방이 윈윈하는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지난해 감기전쟁발단은 CT소송 이었다. 이미 그전에 의협은 22개의 네거티브전략을 세웠었다”며 “감기는 개원협의 교육일정의 하나였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는 이어 “한의학의 발전에 의료계는 위기를 느꼈다. 한국의료시장의 파이(규모)는 한정돼있다. (그래서) 의협회장후보 8명이 모두 "한의학 타도"를 외치고 있다”며 “그런데 상생하자고하면 받아들이겠느냐. 막연한 상생제의를 의료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회장에 당선되면 획기적인 보험증가 방안"을 묻는 질문과 관련 김후보는 “우리나라의 보험규모는 22조원이며, 이중 한방은 1조500억이고 보험급여가 49%, 비급여는 51%”라며 “처음 보험이사를 맡았을 때 한방보험은 전체의 1%도 안됐다. 보험확충은 우리가 한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게 아니다. 행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심평원에 한의사는 1명, 의사는 14명이 위원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한다. 그래서 윈윈이 어렵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엄 후보는 "침구사법 입법을 저지했다고 했는데, 김춘진 의원이 3월중 침구사 양성을 위한 입법을 하겠다고 한다"는 질문에 “김춘진 의원이 지난해 8월에 침구관련공청회를 열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다. (여기에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곤란하다. (침구계가) 모 의원에게 입법발의를 해달라고 했는데 저지했다”며 “작년에 이를 막았더니, 침구사를 의료기사로 하려는 것이다. 입법 발의되면 수석전문위원실에서 관련단체에 의견을 조회한다”고 말했다. 엄 후보는 자세한 내용은 비공개로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한의원에 대한 질분에서 엄 후보는 “프랜차이즈는 양날의 칼이다. 내부환자의 쏠림현상이 임상경험이 적은 회원들에게 심각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는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일선한의사에게는 단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엄 후보는 소외받는 회원 위한 회무를 위해 경영지원침을 통해 유익한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의사들의 국민에 저해되는 진료허점이 어떤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의학은 불확실한 학문이다. 의료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방은 다르다“면서 ”(양방) 공격은 양약의 신뢰성부족, 항생제 남용 집중 홍보로 신뢰성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비수술요법이 있는데도 수술을 강요하는 것도 양방의 약점이다. 싸움은 한방에 제압하는 것이 기술“이라고도 했다.

순서를 바꿔 "한의원의 수익구조 개선방안"을 묻는 질문에 김 후보는 “협회회무는 회장 1인에 몰려있다. 약대6년제 뒤집고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정은 누가 하는가”고 되묻고 “그래서 회장에 출마했다”고 말하고 첩약급여문제 등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선거가 나흘 앞(19일)으로 다가오자 양측의 선거캠프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표를 분석하는 등 막바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눈치였다.

특히 당초의 예상을 깨고 선거가 막상막하가 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이런 전략을 밑바탕으로 대의원들의 표심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19일의 선거는 볼만한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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