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요즘 세태에 가족도 아닌 이웃도 아닌 생면부지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선뜻 내어준 미담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병원장 신익균)에 직접 찾아와 자신의 건강한 장기를 기증한 주인공은 바로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김근태씨(52)다.

일반적으로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서는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증자의 건강 및 장기의 상태가 적절한지, 기증 후 건강에 이상이 없을지 등 각종 검사를 실시한 뒤 실제 기증이 이뤄지는 것이다.

기증 전 검사에 소요되는 100여 만 원의 비용 역시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어지간한 결단으로는 기증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김씨는 2004년 12월 말 길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직접 찾아와 사비를 털어 기증 전 검사를 실시한데다, 얼굴조차 모르는 어려운 환자에게 최근 자신의 장기를 이식해 준 것은 물론, 자신의 선행을 외부에 알리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길병원 장기이식센터 조윤희 간호사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도 아닌데다, 친인척도 아닌 사람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베푼 김근태씨는 우리 사회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사람"이 아닌가 생각 된다”며“더군다나 김씨는 모든 일정을 수혜자 스케줄에 맞춰 병원을 수차례 방문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아낌없는 선행을 베풀어, 이번 기증을 중재하면서 깊은 감동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씨는 기증 후 인터뷰도 수차례 거절했으나 끈질긴 설득 끝에 마지못해 취재에 응한 것.

김씨는 “언론을 통해 장기를 기증받지 못해 평생을 고통과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접할 때마다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를 고민해왔다”며“건강한 신체로 살게 된 것도 감사한데 미미하나마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기에는 남은 세월이 너무 긴 것 같고, 살아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엔 아내 이영순씨(53·간석동 새생명교회 전도사)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이씨는 “겉으로 보기에 허약해 보이는 모습이라서 남편이 기증을 결심했을 때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대해 이씨는 “비록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지만 더 낮은 곳에서, 더 아름다운 사랑을 베풀고자 결심한 천사 같은 사람의 결심을 꺾기에는 내 스스로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씨의 장기는 10년여를 만성 신부전으로 고생한 환자에게 이식됐으며, 자칫 치료가 늦어지면 복막염으로 생명까지 위독했을 환자를 살렸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장기이식 관리는 2000년 2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중심이 돼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2730명, 지난해 9월까지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현황"은 1274건으로 이 중 신장 549건, 간장 426건, 골수 325건으로 집계된다.

관계자들은 “김근태씨가 행한 선행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현재 장기이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미담으로 남아 기증이 증가하길 바란다”며 “장기이식의 심각한 기증률에 좋은 사례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