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 붙었던 국내 제약산업이 해빙기에 접어들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인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국내 제약사들을 위한 의사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이 뭐가 잘 못됐냐며 조금도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의사들이 급격히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국내 제약사들의 개량신약을 처방하겠다는 바람이 예상보다 거세기 일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약의 질적인 면을 떠나 오리지널 처방은 한국제약산업을 수렁으로 빠트리는 심대한 문제까지 유발 했었다.

신약 하나 제대로 없는 국내 제약사들은 눈물을 삼키며 현실적 문제를 스스로 고민했어야 했다. 제약협회가 나서 정부에 호소해보고 국민을 향해 애국심에 매달려도 봤지는 결과는 허무였다.

처방권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고 병원도 수익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현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의료계는 물론이고 도매 유통까지 앞장서 이런 분위기를 안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음이 여실히 보인다.
의료정보화 전문업체인 유비케어가 자사 의원용 전자의무 기록(EMR) 솔루션 "의사랑"을 사용하고 있는 개원의 1,183명을 대상으로 설 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87%가 제네릭 약품을 처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고 3일 밝혔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적극 처방"(47%)와 "약품정보 습득 후 처방"(40%)이란 긍정적 응 답이 "처방 않음"(5%) "잘 모름"(8%) 등 부정적 응답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바로 이런 흐름에 편승한다면 국내제약사가 살아남는 길이 보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회를 잘 못 이용해 자폭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거대 품목의 거대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정당한 경쟁을 뛰어넘어 너 죽고 나살기 식이라는 전근대적인 상술력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제약사들 만의 독점적 소유가 아니다. 분명히 이런 분위기는 도매와 의사들이 일정부분 공헌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제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뗏놈이 가진다는 옛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결과가 이런 쪽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모처럼 만들어진 이런 분위기가 국내 제약의 진행속도를 한 걸음 앞 당기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울상을 짖고 "죽겠습니다"를 연발하고 지내야 한다.

우리는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 개량약의 치열한 경쟁에서 그것이 정당한 방법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를 지켜 볼 것이다.

혼자 살려다 국내제약을 두번 죽이는 그런 실수는 제발 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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