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한의사회가 한의협의 약대6년제에 동의 내용의 "한-약 합의문"에 강력히 반발, 안재규 대한한의사협회장의 사퇴권고에 이어 불신임안 상정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소집을 요구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서울시한의사회는 8월 27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안 회장과 경은호 수석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전체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 중앙집행부가 언급한 것을 존중해 금년 말까지 임총소집을 유보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한의계에선 “(회장의) 발목을 잡는 결정이 아니냐” 또는 “회장이 복지부와 약사회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절묘하게 제공했다”는 상충된 분석이 난무한다.

서울시한의사회는 지난 6월 21일 한-약합의문에 대한 안 회장과 원희목 약사회장의 공동기자회견 이후 2개월 동안 무려 6차례의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오면서 한의계로부터 격려와 지탄을 동시에 받아왔다.

전국한의사의 30%가량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거대지부이며 수도지부인 탓에 지부장이 중앙회 당연직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서울시한의사회장. 중앙회장 탄핵을 주도하면서 부쩍 말수가 적어졌던 김정열 회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 간의 일들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한-약합의문 내용이 알려지자 서울시한의사회가 가장 반발했다.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 93년 한약분쟁의 원인이 됐던 것은 약사법 시행규칙 11조1항7호를 삭제한 것이었다. 당시 보사부 관료들이나 약사들 입장에서 보면 사문화된 조항이란 인식이 강했던 모양인데 우리 한의사들에게는 약사들이 한약을 불법으로 취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항이었다.

이게 바로 그들(복지부와 약사회)과 우리의 인식의 차이다. 때문에 우리 한의사들은 원초적인 피해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약대6년제를 동의하면서 후속조치에 대한 담보가 없다는 것에 회원들의 불만이 집중됐다. 이사회의 어떤 결정도 회원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앙회와 각 시도지부 등)모두 "한의학 발전과 수호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내분으로 비춰지는 우리의 결정은 과정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한의사회가 한-약합의문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는 대목은 어디인가.

“우리(한의협)는 약대6년제 추진을 동의해줬다. 그리고 두 단체는 "상호존중"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약계의 최근 행태를 보면 도저히 신뢰를 회복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약조제약사들이 "한방의약분업"을 추진하겠다고 하거나 한방정책관실의 축소 또는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단체의 신뢰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한의사회의 판단이다.

그래서 통합약사를 막았다는 협회의견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서울시회장은 중앙회 당연직부회장이다. 때문에 이번 탄핵발의를 놓고 여러 말들이 많다.

“나 자신도 그런 결정(이사회의 중앙회장 탄핵추진)에 많이 괴로웠다. 중앙회장을 보필하고 회무가 원만히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일선한의사들과 중앙회와의 정서에 "괴리"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측면에서 중앙회장과 총무이사가 각 시도지부를 순회하며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일선한의사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보고 "참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안을 앞에 두고 조직이 유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보다 큰 성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다양성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8. 27 전체이사회 결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중앙회장에 대한 "비판적 지지"였다. 앞서 거론했지만 한-약합의문에 대한 회원설득과 홍보가 많이 부족했다.

서울시지부는 전통적으로 중앙회에 견제와 협력을 적절히 사용해왔다. 이번 이사회 결정도 그 정도로만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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