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떤 일이건 성공 뒤에는 반드시 그에 맞먹는 대가와 희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현주소를 보고 있노라면 대가와 희생에 대한 회의를 느낄 정도다.

모든 것이 성공에 공헌한 사람들에게는 포상과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고통과 모멸감을 묵묵히 견디어 온 사람들에 대한 정의는 하룻밤 꿈과 같이 묵살돼 버린다.

제약산업이 그렇다. 21세기 국가 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약산업이 그동안 이러한 희생과 아픔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상도 받지 못한채 지금 최대의 곤경에 처해 있다.

국가 경제위기는 물론이고 의약분업 이후 불어닥친 경영위기는 모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처지다. 몸집을 줄이고 지출을 줄여보지만 서광이 비치지 않는다.

반대로 글보벌 신약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주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불러가고 있다.

약의 효능을 앞세우면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정책입안자나 이를 수행하고 있는 의사들이 그나마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안다면 국내 제약산업이 이렇게 망가져 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매일같이 만나는 제약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소리는 서글프다 못해 측은 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빛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 어느 하나 국민의 건강에 기여하지 않은 기업은 없다. 또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이라는 성공의 이면에서 많은 희생도 감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이라는 거대 정책 때문에 국내 제약산업 전체가 수렁으로 몰려가는 이 현실은 누구라도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

글로벌 신약이 없어 당하는 고통을 눈 앞에서 명약관화하게 보고 있으면서도 신약개발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이 국내제약사의 역사적 전환기라면 바로 이들이 안고 있는 한과 아픔을 풀어주고 치유해줘야 할 고비가 아닌가 싶다.

그저 너희들이 돈들여 신약을 개발하라고 한다면 현재의 이고통은 수십년을 가도 변치않는다. 기업이 투자할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하며 분명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그 다음이 정부 투자다. 우는 아이 떡주듯, 아니면 잔돈푼의 신약개발자금을 곳감 빼먹듯 해서는 안된다.

과감한 정부지원만이 현재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의약분업의 토대를 마련한 지금의 국내 제약기업들은 역사의 희생자일수 있다.

관료가 바뀔 때 마다 덩달아 바뀌는 정책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그리고 스스로 깐 그 멍석 위에서 지금 고통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신약개발 하나가 국가적 부가가치를 얼마나 올린다는 단순 수치적인 발상보다는 이러한 아픔을 더 이상 안 당하게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처음부터 신약개발 항무지격이라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기울인다면 빠른 시일내 이런 문제는 해소 시킬 수 있다.

정부와 정치는 국내 제약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 1만불 시대에 걸맞는 제약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고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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