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지난 2월 안상영 전 부산시장,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등에 이어 29일 한강에 투신해 숨진 박태영(63) 전남지사는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납품 비리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 27일에는 서울남부지검에 소환돼 건보공단 초대 이사장 재직 시절 발생한 부하 직원들의 비리에 연루된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고 심적으로 괴로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초점은 이미 구속된 공단 간부들이 받은 금품 중 일부가 박 지사의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는지 이 같은 비리사실을 박 지사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박 지사는 숨진 이날도 오전 11시까지 검찰에 출두하기로 돼 있었지만 곧바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변호인 등 지인 5명과 함께 대책회의를 한 뒤 승용차를 타고 반포대교를 가다 차를 멈추고 투신했다.

박 지사 투신자살의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근 재개된 검찰 조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유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자살 직전의 박 지사의 심경이나 유력한 자살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일단 이 같은 극단적 선택 배경에는 최근 검찰수사로 자신이 비리의 책임자로 비쳐지고 있는 데에 대한 자괴감과 명예 실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느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지사의 한 측근도 "숨진 박 지사는 프라이드가 강하고 평소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자존심이 크게 훼손돼 이를 이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사과정에서 박 지사의 일부 비리 사실이 추가로 들춰져 박 지사가 심리적 압박감을 강하게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있는 고위층 사람들 일수록 자신이 수십년간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또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방법으로는 상황을 해결하거나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구차한 변명보다는 자살을 통해 자존심과 명예를 유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박태영 전남지사는 은행원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으로 정치인으로 변신,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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