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년 초부터 심혈을 기우려 온 의약품 불공정거래행위 척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7억대의 강화병원 대형 리베이트사건이 터지면서 자정 노력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고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제약협회내 공정경쟁협의회 기능을 대폭 강화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기구가 태동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은 단순히 협회 차원의 협조 당부나 호소로는 이미 의약품 불공정거래행위의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제약협회내 공쟁경쟁협의회 활동으로는 지능화되고 있는 제약사와 의사간의 불공정행위 색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밤낮 없이 죽으라고 일 하는데도 문제만 터지면 협의회만 매도 질 당한다는"실무위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대수술을 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음은 분명하다.


사실 리베이트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질적이다 못해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불치병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을 정도다. 즉 근본적인 유통시스템을 뜯어 고치지 않고는 현재의 협회차원 자정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더욱 고질화되고 있는 관광성 학회참가 프로그램 지원활동은 다국적사들의 신종 수법의 지능화로 좀처럼 적발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상태로 본다면 공정경쟁협의회는 항상 뒤 쫒아가는 형상이다. 그저 사건이 터지면 계도차원에 머무르는 정도다.

제약협회가 지난 2월24일 내보낸 보도자료에 의하면 공정경쟁풍토조성을 위해 태국에서 개최된 신장학회, 미국에서 개최된 심장병학회에 실무위원을 파견하는 등 국내 7회 해외 2회 현지조사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또한 과도한 판촉활동이나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회원사의 불이익을 사전 예방하는데 노력했으며, 관광성 학회참가 프로그램 지원활동은 형법상의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있어 공정경쟁규약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계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무위원들의 다각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정위에 보고된 내용은 단 한건도 없고, 그나마 협의회에 적발된 회원사들에 대해서도 훈계정도의 조치로 끝내버렸다.

이는 공정경쟁협의회가 관광성 학회 참가의 편법성을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지 못해 결국 실증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인력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문제를 근본부터 도려내기 위해서는 제약협회, 병원협회, 의사협회, 의약품도매협회 전체를 아우르는 보다 강력한 협의회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만 단속한다고 의약품 불공정행위가 척결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리베이트 제공 등의 불공정행위는 서로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의료계 구조상 제약사는 리베이트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당국의 제도적 개선을 통한 근절 이외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년 초부터 제약협회와 의사협회는 의약품 불공정 거래행위 위반사례를 신고해 달라고 여러번 촉구한바 있다. 또 부패방지위원회도 지난 2월25일부터 의약품 구매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수수하거나 요양기관의 허위청구 여부에 대한 대규모 실태조사를 벌인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리베이트 흔적을 감추기 위해 가정부의 계좌를 이용했다고 하는 것만 보더라도 현실적인 제도가 지능화되고 있는 불공정행위를 따라갈 수 없음이 입증됐다.

의료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불법 선거를 하면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린다고 하니 불법 사례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볼 때, 의약품 불공정 거래행위도 가혹하리 만큼의 처벌을 강화해 결국 국민이 피해보는 일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의약품 불공정 거래행위의 단절을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 근본적인 유통구조를 개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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