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00년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연구개발과 그 개발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을 제정하고, 천연물신약개발사업을 7개 정부부처(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중점전략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국회 복지위)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지난 14년 간 천연물신약에 약 1조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에 실패했고, 해외시장에서는 팔리지도 않는 천연물신약에 대해 무리하게 보험급여를 적용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내 환자에게만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천연물신약을 복용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부는 천연물신약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4105억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590억원 등 총 769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2010년까지 집행한 금액은 1762억원으로 당초 계획 4105억원 대비 43%만 집행했고, 2011년 이후 7개 부처가 집행한 금액이 얼마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계획 수립 당시 보건복지부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이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라며, 1개의 신약 개발 시 세계적으로 연간1조원〜2조원의 매출과 매출의 20〜50% 수준의 순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14년 동안 천연물신약 해외수출실적은 아래와 같이 2012년에 필리핀, 몽고 및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스티렌정 1억5백만원을 수출한 게 전부이다.

8개 천연물신약이 14년간 수출액이 1억 원에 불과한데 반해, 천연물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급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재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천연물신약 건강보험급여는 2009년 1066억원, 2011년 1235억원, 2013년 1674억원, 2014년 6월말 현재 849억원으로, 최근 5년 6개월간 건강보험 지급액이 매년 증가했고 2009년 이후 총 7616억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이전 7년 동안 조인스정 및 스티렌정에 대한 건강보험 지급액을 포함하면 약 1조원이 보험급여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비를 제외하더라도 보험급여로 매년 1,700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쏟아 붇고 있다.

정부가 해외에서는 팔리지도 않는 辛藥(신약)을 천연물신약이란 이름으로 新藥(신약)으로 허가해 주고 보험급여를 지급해 천연물신약을 출시한 국내 제약사들이 좁은 국내 시장 울타리 안에 안주하게 만든 셈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복지부도 천연물신약의 개발이 부실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의 의뢰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2011년에 작성한 ‘제3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 촉진계획 수립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천연물신약 개발사업이 신약 기획단계에서 비효율적인 개발계획으로 제품개발에 대한 개념이 미흡했고, 해외 진출 대상국가에 적합한 질환영역 선정과 이해가 부족했으며,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장 진입이 한계에 부딪혔고, 추출 정도의 단순가공으로 의약품을 만든다는 인식이 팽배해 공정개발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신약기획과 생산공정 외 신약 소재 발굴, 신약 분석, 제형개발, 약효와 안전성 입증, 임상 등 전 단계에 걸쳐 연구개발 과정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나눠먹기식으로 지원돼 산업화와 기술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낙제 수준의 사업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1년에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제3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고,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정확한 연구개발 예산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재정과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서 천연물신약개발사업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

복지부는 천연물신약에 대해 동의보감을 포함한 11개 한약서에 기재돼 있다는 이유로 임상시험 절차를 완화해 줬다. 8종의 천연물신약 중 7종은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하여 독성자료 제출과 임상시험 1상을, 시네츄라시럽은 1상에 더해 2상까지 면제한 것이다.

천연물 신약은 I상을 건너뛰어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 평가절차를 생략하였고, 일부 약은 적용질환을 정하고 최적 투여량을 설정하기 위한 2상마저 건너뛰었다. 그나마 실시한 3상에서도 타 약제 대비 비교우위나 위약(僞藥,Placebo, 임상의약의 효과를 검정할 때에 대조하기 위해 투여하는 약효가 없거나 약간 유사한 약효를 갖는 물질) 대비 임상을 실시하지 않고 타 약제 대비 약효가 열등하지 않다는 비열등성 입증 임상만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가 김재원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개의 천연물신약에서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이 과다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6월 이뤄진 ‘6개 천연물 신약 발암물질 검출시험 결과’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는 천연물신약의 원료 한약재에서 최대 24.8ppm, 추출물에서는 최대15.7ppm, 완제품에서 최대 12.81ppm이 검출됐고, 벤조피렌은 원료 한약재에서 최대 25.8ppb, 추출물에서는 최대 152.8ppb, 완제품에서 최대 16.09ppb가 검출됐다.

천연물 신약에서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지만, 식약처는 지황(식물뿌리의 일종) 및 숙지황(지황 뿌리를 쪄서 말린 한약재)만 5ppb를 벤조피렌 기준으로 설정했을 뿐 다른 한약재나 한약재를 원료로 한 천연물신약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도의 발암물질 안전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어, 천연물신약에포함된 발암물질이 안전한 수준인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정부는 지난 14년 동안 천연물신약 개발로 세계 7대 신약강국에 진입한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개발비 지원, 허가절차 완화, 보험급여 적용 등으로 1조원 이상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천연물신약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고 발암물질까지 검출돼 선진국에는 허가조차 나지 않는 국내용 약으로 전락했다”면서 문제투성이 천연물신약개발사업에 대해 감사원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식약처는 의약품에서의 발암물질 검출량이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강변하기에 앞서 발암물질의 기준을 정해 관리하거나 또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천연물신약은 허가 취소나 판매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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