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은 경제 활동 의지가 높고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 능력을 잘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환 치료와 직장생활 양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회장 이승호)는 5월 20일 세계강직성척추염의 날을 맞아 환자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의 질환관리와 근로환경 및 노동생산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증상을 처음 경험한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4.5년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강직성척추염을 조기에 진단 받지 못했으며(59.2%), 치료 시작도 빠르지 못했다(58.6%)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태환 교수는 “이는 과거 진단방법이 발전하지 못했던 시기의 환자 통계가 포함돼 있는 결과로, 최근에는 진단과 치료까지의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다”고 말했다.

적절한 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의 직장생활 등 경제활동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7명는 업무 생산성, 집중도, 성취도 측면에서 질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했다(69.8%, 66.4%, 66.4%). 또한 75.2%가 본인의 경제생활 수행능력 및 노동생산성 유지에 관심이 많다고 답해, 환자들의 경제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용상태를 묻는 질문에 64.8%만이 경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체 응답자의 24%가 진단 후 3년내 직장을 휴직 또는 사직했다고 답했다.

이승호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 회장은 “조사결과를 통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의 노동생산성이 유지되고 있고, 환자 스스로도 경제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인 분위기는 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데 어려운 환경” 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은 약간의 배려만 해준다면, 숙련된 전문성을 갖춘 직원으로서 회사,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이해부족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결국 병을 키워 휴직이나 사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사회 전체의 손실이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서도 직장 내 질환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점이 나타났는데,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강직성척추염 치료에 협조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3%에 불과했으며, 상사와 건강문제로 상의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39.9%에 그쳤다.

직장 상사와 질환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는(복수응답 가능) ‘자주 아픈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우려(49.3%)’, ‘건강 문제로 업무상 배려를 받는데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43.4%)’, ‘성과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까봐(27.9%)’ 등의 답변이 많아, 질환 치료와 관련해 직장 내에서 다양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문의와의 긴밀한 질환 관리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치료과정에서 주치의와 경제생활 수행능력과 관련해 상담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5.7%에 그쳤다.

김태환 교수는 “강직성척추염은 적절한 관리가 치료의 핵심이기 때문에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직장 내 분위기가 매우 절실하다. 또한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남성 유병률이 높은데, 이 젊은 환자들이 병을 잘 관리하고 경제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직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임상 현장에서도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의 치료 목표 중 하나로, 환자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해 점차적으로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면역질환으로, 근골격계질환의 일종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극심한 고통과 더불어 척추 마디가 딱딱하게 굳어진다. 때문에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주변인들의 협조와 배려, 주치의와의 상담이 중요한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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