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결연후원금, 취업이나 보호작업장에서의 급여, 명절위로금, 장애인연금 및 수당 등의 명목으로 수입을 얻는다.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에 따르면 각 거주시설은 이용 장애인의 개인적인 요구해소 및 개별 장애인의 서비스 지원을 위해 금전관리를 하도록 돼 있고, 수입 중 일부를 여가, 사회, 신앙, 저축, 의료, 건강, 교육, 피복, 경조 등에 지출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또한 개인 금전의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이용 장애인별 개인통장을 만들어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이 ‘통장관리 규정’ 때문에 시설 장애인들은 자기가 번 돈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통장을 시설에서 관리하라는 규정으로 인해 통장 속 ‘돈’을 시설이 관리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국회 복지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망한 730명 중 통장에 잔액이 없는 사람은 불과 163명이고, 나머지 567명은 최소 몇 만원에서 최대 5400만원을 통장에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남긴 돈은 16억7700만원에 달한다. 이 잔액 중 가족이나 보호자가 상속하는 경우가 5억9000만원, 명절위로금 등으로, 국고로 반납된 금액이 46만7000원이었으며, 나머지 10억이 넘는 돈은 여전히 시설에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별로 사망한 거주 장애인의 통장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잔액이 1000만원인 곳이 38개에 달했으며, 3년간 잔여금액이 3000만원이 넘는 시설도 9개소나 된다.

부산의 ◯◯◯◯원은 단지 한명의 사망자만 있을 뿐인데 그 잔액이 5400만 원이나 된다. 또한 시립◯◯집과 성심◯◯원의 경우는 3년간 사망자들이 남긴 잔액이 1억을 넘는다. 장애인연금과 명절위로금 등은 지원 금액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나머지 잔액의 대부분은 개인 후원금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민이 시설 거주 장애인에게 개별적으로 후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원을 받은 이들은 정작 이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시설의 기본적인 서비스만 누리다가 생을 마감하고, 쌓인 후원금은 기관이나 가족에게 인계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상속되거나 인계된 것 외에 장애인 거주시설에 여전히 남아있는 돈은 10억8200여만원.

시설에 후원 처리된 돈이 6억8600만원으로 무려 63.4%에 달하는데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후원처리를 했거나 가족·연고자가 시설에 후원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망 장애인이 무연고이므로 민법의 상속인의 부존재에 따라 시설장이 상속받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에 따르면, 현재 거주시설의 장애인 중 연고가 없는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재산처분 절차는 민법 ‘제5편 제6절 상속인의 부존재’에 따라 소유금전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상속자가 없을 경우 법원은 피상속인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자, 피상속인의 요양간호를 한자, 기타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자의 청구에 의해 상속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분여한다. 이 분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속재산은 국가에 귀속되게 된다.’는 이 조항에 따라 시설은 사망한 장애인의 돈을 손쉽게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 별다른 조치 없이 통장에 마냥 보관하고 있거나 법정 절차 중인 경우도 2억5000만원으로 23.2%를 차지하며, 장례비·의료비로 사용한 금액은 1억4400만 원으로 13.3%이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명확하게 후원이라고 명기한 6억8600만원 뿐만 아니라 시설에서 보관중인 잔액도 사실상 시설에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동익 의원은 “최근 3년간 시설에 남긴 사망 장애인들의 재산이 16억7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시설 내에서 개인 금전 활용이 용인되지 않았거나 시설중심으로 사용된 것이며, 결국 이들의 인권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것”이라며 “시설에서 이용 장애인 개인별로 통장을 관리하도록 지침을 만든 것은 시설 거주 장애인 스스로 그 돈을 사용하도록 하려는 취지이므로, 취지에 맞게 이들이 적시적소에 자신의 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어 “복지부와 지자체는 사망자들의 통장 잔액을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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